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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처럼 맑고 청아한 ‘천경사(天鏡寺)’ 주지 수원(修願)스님

2007.08.21 23:51:00

한국인이 베트남에 남긴 어두운 ‘그림자’ ...곧 우리의 동반자적 과제

세계 최대의 갑부인 빌 게이츠가 300억 달러의 사회재단을 운영하는 데 이어, 얼마 전엔 세계 제2의 부자 워런 버핏 또한 게이츠 재단에 자신의 재산의 85% 상당인 370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여기서 우리는 '사회적으로 재산가의 사람 됨됨이를 알기 위해서는 돈을 얼마나 벌었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번 돈을 어떻게 쓰느냐를 보면 안다'는 말이 있듯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얼마를 썼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 그들을 위해 실질적으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도왔느냐가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는 풍요 속에 빈곤이 자리 잡고 있고, 또 다양한 어울림 속에 소외계층이 엄연히 공존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부문화가 아직 미흡한 것이 현실.

그런 가운데 최근, 경남 밀양 가곡동의 용두산에 위치한 천경사의 주지 수원스님이 베트남 현지의 라이따이한을 돕기 위해 ‘연꽃마을사람들’을 설립하여 베트남의 각전(覺全)스님과 공동으로 운영하면서, 베트남 불교와의 교류 및 형편이 어렵거나 공부할 여건이 되지 않는 베트남의 저소득층 자녀와 라이따이한을 위한 복지사업을 추진하며 자비행을 실천하고 있다는 훈훈한 미담이 있어서 찾아가 보기로 하였다.

****** 아름다운 자연과 불교예술 어우러진 ‘하늘거울’ 천경사 ******

새파란 하늘빛이 너무나도 따갑게 느껴지는 8월. 나그네의 발걸음이 남녘으로 굽이굽이 산야와 골짜기와 물줄기를 따라 흘러내려가다 보면 사명대사의 호국정신이 서려있는 경남 밀양에 도달한다. 법당 몸체를 비탈진 벼랑에 의지하며, 앞으로는 맑은 강바람이 대숲을 청아하게 울리는 자연 속에 어우러지는 아담한 분위기의 사찰을 만날 수 있다. 그 곳이 바로 이 글의 주인공인 수원 스님이 머물고 계신 천경사이다.

배산임수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룬 사찰로서, 병풍처럼 둘러진 용두산과 그 아래 고요하게 흐르는 밀양강 줄기가 과히 아름다운 장관을 이룬다. 대웅전을 비롯한 모든 불상은 천경사 주지인 수원스님과 조각을 전공한 함공 백경현 사무장이 함께 조성하는데, 불상으로서는 드물게 흙을 사용하여 고려 중기의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양식의 불상을 전통 가마에서 소성하여 재현하였다.

특히 자연 상태의 암벽을 그대로 살려 사찰을 조성했기 때문에 대웅전 내부는 불상 뒤로 일체 탱화가 없이 바위가 드러나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활용해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룬 독특한 멋을 지니고 있다. 복층 구조의 절 아래로 내려가면 동판에 송곳으로 점을 찍어 석가모니의 생애와 아미타부처의 극락세계를 재현한 30미터의 석굴법당이 나온다. 아미타삼존불과 십팔나한을 봉안한 주실로 향하는 석굴 통로 좌우에는 모두 8단락으로 구성된 석가모니의 생애와 극락변상도가 배치되어 있다. 이 독특한 구조물은 불교미술작가 구진경 씨의 작품으로 동판에 작은 구멍을 뚫어 연결한 형태의 구성으로 표현돼 있는데, 동판 뒤쪽에 장치된 오색의 빛이 뿜어져 나와 불교예술로서의 아름다움도 함께 추구했다. 이는 경전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불교를 일반인들이 시각적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색다른 각도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 한국이 베트남에 남긴 어두운 그림자, 이제는 동반자의 해결과제 ******

지금까지 수차례가 넘도록 베트남 정부와 불교연합종단의 초청을 받아 한국 대표단으로 베트남을 오가며 베트남과 한국불교 교류의 선구자로 불리는 천경사의 수원 주지스님.

현재 모 방송사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에서 알 수 있듯이 베트남 열풍과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해결하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에 대해 짚어보자. 제작진이 주목한 건 베트남전 이후 그곳에 남겨진 한인 2세들, 즉 ‘라이따이한’이다. 방송이나 일반 사회에서는 이미 지나간 옛날 얘기처럼 대체로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는 라이따이한 문제에 대해 “이들의 슬픔과 그리움은 점점 깊어지고 있는,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현재진행형”이라고 수원 주지스님은 지적한다.

베트남전 이후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된 라이따이한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배상하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 따지고 보면 그런 면에서 생각해 볼 때, 일본군 ‘위안부’ 진상규명 운동을 국제적으로 펼치면서도 정작 한국군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각종 성범죄와 라이따이한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 침묵을 지켜왔다는 것이, 상대적으로 국제적인 비난 여론에서 완전하게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한다.

이번 미군의 곡안리 양민학살 사건을 취재하면서도 베트남에서 한국군의 양민학살문제를 떠올렸다. 베트남의 한국군 범죄를 숨겨둔 채 미군의 양민학살을 규명하라는 우리의 목소리는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마찬가지로 우리 국군과 경찰이 동족에게 저지른 보도연맹 학살사건을 제쳐둔 채, 외국 군인의 학살만을 문제 삼는 우리의 모습을 외국인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 우리가 이런 문제를 애써 묵살하고 있는 사이, 또 다른 AP통신이 나타나 한국 언론과 시민단체에 비판의 화살을 보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이러한 관점으로 볼 때, 과연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정신대를 모집해서 끌고 갔다고 피해자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만 나무랄 수 있겠는가?

결국 미국의 위안부 결의안을 포함해 자기 발등 찍기식이라는 것. 만일 미국에서 라이따이한 결의안 같은 것을 만들었으면 우리나라에서 과연 뭐라고 그랬을까 궁금한 일이다. 정치적으로 미국이나 기타 다른 나라에 기생하면서 마치 강대국이라도 되는 양 하는 우리의 태도는 역시 과거 일본군이 하는 것 그대로 따라하기가 아닐까. 이 모든 문제들에 관해서 우리 스스로 반성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접근하여 한국사나 세계사의 비극을 객관적으로 진지하게 통찰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두 나라는 과거 다른 나라의 통치를 받았다는 식민지배의 아픈 역사적 경험과 베트남 전쟁에 따른 한국군의 참전에 의한 상처도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대승불교인 한국에 비해 베트남은 남방 불교권에 속하지만, 선(禪)을 중시하는 임제종의 수행방법이 유사해 양국 불교의 좋은 점을 접목한다면 양국의 불교발전과 우호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수원스님은 “우리로 말미암아 아파하는 지구촌의 또 다른 이웃이 없는지 마음의 문을 열고 돌아보면서 십시일반의 작지만 소중한 참여가 있기를 바란다.”라며 “연꽃마을 사람들의 사업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다.

****** 베트남 현지의 템플스테이와 천경사 연등음악회 ******

모두에서 언급하였듯이 수원스님은 “연꽃마을사람들”을 설립하여 베트남의 각전스님과 함께 양국의 불교 교류뿐만 아니라 라이띠이한의 복지를 위해서 활발하고 다양한 교류를 펼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수원스님은 오는 9월 중순에 한국의 희망자 15명 내외로 3박 4일의 일정으로 베트남의 대총림사(大叢林寺)에서 템플스테이를 추진하고 있다. 주요 일정은 베트남 불교관련 성지순례와 라이따이한 가정방문 및 봉사활동을 중심으로 한다. 처음 시도이니 만큼 작은 규모로 출발하지만 성과를 보아가면서 점차 규모나 일정 등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천경사는 그 동안 몇 차례의 가족적인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특히 지난 7월 28일의 행사는 ‘라이따이한을 위한 연등 음악회’를 열어서 조용하지만 큰 반향을 울렸다. 그 성과에 힘입어 10월에는 ‘베트남참전 한국군 전몰장병을 추모하는 연등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초래된 라이따이한의 비극 못지않게, 참전으로 인한 한국군의 희생도 우리 현대사의 커다란 비극 중에 하나다. 수원 스님은 “베트남 전쟁은 어느 한 쪽만이 아닌 양국의 아픔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전쟁과 관련된 역사적 책임의 소재를 따지기 이전에, 참화로 인한 비극과 상처는 반드시 발전 지향적으로 극복되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라이따이한 문제를 가슴으로 진지하게 포용하는 것과 한국군 전몰용사 위령제라는 두 가지 상반된 주제의 음악회를 연이어서 열려고 하는 것입니다.”라고 음악회의 목적과 의의를 힘주어 말했다. 수원스님의 균형 잡힌 역사관과 자비의 실천이라는 의미를 새롭게 확인하면서. 9월의 베트남 템플스테이와 10월에 열릴 음악회가 알찬 성과를 맺기를 기대해 본다.

****** 백련처럼 맑고 청아한, 라이따이한 돕는 ‘지족연차(知足蓮茶)'와 ‘도미(道味)오뎅’ ******

최근 진흙 속에서도 꿋꿋한 아름다움과 그윽한 향기를 품어내는 연꽃에 대한 관심이 여기저기에서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다. 또한 처염상정(處染常淨)으로 상징되는 연꽃은 더러운 물을 정화하는 작용을 해서 오염된 못이나 하천의 정화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연꽃마을사람들"의 사랑으로 빚어낸 지족연차(知足蓮茶)에 대해 알아보자.

백련에 맺히는 연밥의 배아만을 엄선하여 전통적인 덖음 제다법에 의해 만든 차로서, 첫 맛의 구수함과 마실수록 백련의 향기와 쌉쌀한 풍미를 느끼게 하여 스스로 만족함을 알게 하는 차다. 백련의 배아는 전량 베트남 청정지역에서 계약 재배된 것을 사용한다. 지족연차는 음다를 통해 자아의 만족스러움과 정서적인 안정, 그리고 사물에 대한 긍정적이고 편안함을 느끼게 하여 마음을 맑게 하는 차로, 지난 4월에 서울의 코엑스에서 열린 차 박람회와 티-월드에서 상당한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이와 함께 반찬이나 간식으로 먹으면 좋은 도미(道味)-오뎅도 함께 출시하였다. 도미오뎅은 일본의 정통 수제 기술을 응용하여 생산하였으며, 잡어를 재료로 하는 일반 어묵과 달리 베트남에서 잡히는 고급 어종인 돔의 살과 야콘전분만으로 만들어져 기가 막힌 맛을 낸다는 것. KDF(한국), FDA(미국), HACCP(유럽)의 식품기준을 통과한 베트남의 붕따우시에 있는 최첨단 시설의 공장에서 위생적으로 가공 생산하고 있다. 국내의 일반적인 오뎅과는 달리 담백하고 쫄깃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주 재료는 도미 등의 생선 순 살코기와 ! 다이어트식품인 야콘전분 등, 흰살생선의 고단백 저지방의 영양! 성분으로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웰빙 식품이다. 흰살생선에 들어있는 단백질과 뇌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오메가3, EPA, DHA등, 성장기 어린이의 두뇌성장 및 발육에 큰 도움을 주는 고품격 재료만을 사용하여 생산된다. 튀김 시 기름이 오뎅 속으로 침투하지 않는다는 것이 또한 건강식품으로서의 큰 장점이다.

연밥 배아의 채취와 오뎅 반제품의 생산은 베트남 현지인의 일자리를 안정되게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완제품으로 거듭나는 지족연차와 도미오뎅의 판매수익금은 라이따이한 2~3세와 결손 아동의 교육과 생활을 지원하는 데 전액 사용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물심양면으로 라이따이한을 후원하는 ‘연꽃마을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내일도 모레도 아름다운 연꽃이 끊임없이 피어나서 자비의 향기가 세상에 널리 퍼져나가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수원스님과 연꽃마을사람들의 조용하면서도 알찬 자비행의 실천이 부처님 미소로 피어나기를 기원한다.

최남연 기자

idaily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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