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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브랜딩]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유일한 공장 공원 "독일 뒤스부르크 환경공원"

2015.09.25 08:23:00

뒤스부르크는 낯선 독일의 도시다. 독일 서부지역 라인강 지류 앰셔강 유역에 자리 잡은 뒤스부르크는 인구 50만 명의 중소 도시이다. 수륙교통의 중심지로, 북해·발트해와 직접 항로를 통하고, 라인-헤르네 운하·도르트문트-엠스 운하로 독일 북부의 여러 항구와 연결되는 유럽 제일의 내륙 항이기도 하다. 주요 공업제품은 선철·강철·중공업기계 등이다. 시청 앞에는 1594년 82세로 이 도시에서 사망한 ‘메르카토르 투영도법’지리학자 G.메르카토르의 기념상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한 독일 경제를 가리켜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불렀는데 산업도시 뒤스부르크가 독일의 경제 성장의 동력이었다. 특히 뒤스브르크는 철강이 중심이었던 산업도시여서 라인강 유역의 산업벨트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오늘날 뒤스브르크는 산업화 시대의 도시 모습과는 다른 환경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그 중심에 뒤스부르크 환경공원이 있다.

▲ 독일 최대 철강회사 티센의 옛 제철소 모습

이 뒤스부르크 환경공원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보이는 것은 최첨단 놀이기구가 아니라, 까딱하면 허물어질 것만 같은 공장 굴뚝과 녹슨 용광로이다. 이 공장은 1901년 지어져 지난 한 세기 동안 철강대국 독일의 신화를 쓴 주역이었던 독일 최대 철강회사 ‘티센(Thyssen)’의 옛 제철소 건물이었다. 하지만 1985년 독일 철강 산업의 쇠락과 설비 현대화로 문을 닫으면서 유서 깊은 역사를 마감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공장이 떠난 자리에 재개발을 겨냥한 부동산 투기 붐이 불법하지만 뒤스부르크의 해법은 사뭇 달랐다. 철거 위기에 처한 공장을 부활시키자며 지역 주민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었다. 지역의 유대감과 자부심을 갖게 했던 소중한 공장이 없어진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크나큰 상실 그 자체였다. 결국 공장 철거 반대라는 민의의 발로에 정부에서도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비슷한 고민으로 고심하던 루르 공업 지대의 또 다른 도시들에까지 이런 움직임이 퍼지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뒤스부르크가 속해 있는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에서 고안한 ‘엠셔 공원 건축박람회’라는 프로젝트다. 이름은 건축박람회지만 멋진 건축물을 전시하는 일반적인 박람회와는 전혀 다른 개념의 시도였다. 루르 지역의 철강산업과 탄광이 쇠락하면서 위기에 처한 지역 도시들을 건축적인 접근으로 환경, 문화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마스터플랜이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공업도시 17개가 참여했고 1989~1999년, 2000~2010년, 2011~2020년의 3단계 장기 플랜이 만들어졌다. 건축박람회의 핵심은 폐공장, 폐광 등 기존 산업 시설을 활용해 자연 친화적인 도시를 만드는 것이었다. 2008년까지 약 25억 유로가 투입돼 120여 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 뒤스부르크 환경공원

지난 1997년 문을 연 뒤스부르크 환경공원은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200ha에 이르는 제철소 시설을 개조해 환경 공원으로 탈바꿈하여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원 안에는 부스러기 공원, 철길 공원, 물의 공원, 용광로 공원, 벙커 갤러리 등 공장 세부 시설의 특성에 맞춰 차별화된 공간이 조성돼 있다. 환경공원이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는‘우리는 디즈니랜드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디즈니랜드처럼 극도의 상업성을 띤 인위적인 테마파크와는 의미를 달리해, 자연과 역사가 숨 쉬는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대변한 말이다.

모토대로 원래 제철소 조형물을 원형 그대로 활용해 외부뿐만 아니라 실내 공간도 이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안의 용도만 바꿨다. 옛 제철소의 가스저장탱크엔 물을 가득 채워 유럽에서 가장 깊은 다이빙센터를 만들었다. 어두운 다이빙센터 수중에는 전화 부스와 난파된 배, 고래 모형 등을 함께 설치해 아기자기한 재미도 곁들였다. 여름이면 잠수복을 입고 오리발을 든 사람들이 녹슨 공장 속으로 들어가는 색다른 장면도 펼쳐진다.

공장 사무실은 유스호스텔로 바꿨고 가스 엔진이 있었던 공장을 개조해 만든 컨벤션 센터는 1년 내내 예약이 꽉 차있다. 영화제가 열리기도 하고 이탈리아 피아트처럼 유명한 자동차 회사의 신차 발표회가 열리기도 한다. 송수관과 압축기가 그대로 달려 있는 가동을 멈춘 공장 안에서 턱시도를 입은 신사들이 샴페인을 마시며 파티를 즐기는 모습도 이곳에선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역사를 머금은 폐공장이 새로운 쓰임을 만나 부조화의 조화를 빚어내는 것이다.

▲ 뒤스부르크 환경공원 오케스트라 공연

모두가 처음부터 공원의 변신을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노동자들의 신성한 피땀이 서려 있는 이곳에서 칵테일 파티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 행사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반발도 있었다. 차라리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철근을 달구는 등 일련의 과정들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뒤르크 뷔슈니히 환경공원 대표는 이런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 역시 어린 시절 공장 담벼락을 오르내리며 추억을 쌓았던 사람으로서 공장의 새로운 변신을 달갑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과거 산업 현장과 노동의 상징이었던 티셴 공장에 ‘환경’이라는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융해함으로써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찾았다. 단순히 공장 자체를 리노베이션 하는 것이 아니라 도심에 허파를 만들어 지역민의 삶의 패턴을 바꾸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접근 방식의 진정성도 시민들의 가슴에 와 닿았다. 이런 과정을 거친 끝에 뒤스부르크 사람들은 이제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유일한 공장 공원을 가졌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사진출처: http://www.u-story.kr/499)

원본 기사 보기:모르니까타임즈

김동복 기자

idaily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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