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식 시의 산책로] 모든 길은 곡선이다
2016.03.15 09:28:00
모든 길은 곡선이다
우전 임 원 식
나는 구부러진 길을 걸어왔다
집을 나서면 논둑길 밭둑길
학교 가는 신작로 길도
모두 뱀처럼 휘어져있었다
내가 살아온 시대도
앞이 탁 트인 곧은 길이 아니었다
언덕과 벼랑, 돌자갈 길을
아픈 발로 절름거리며 걸었다
산을 보고 걸었다
하늘을 보고 걸었다
발자국은 삐뚤 빼뚤일지라도
마음은 직선으로 걷자고 했다
그 구부러진 길에서
쓰러지지 않으려고
허리를 펴고 걸었다
나는 직선으로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모든 길은 곡선이었다
<시의 산책로를 걸으며, 이용대 시인>
길이란 애초부터 구부러져 있었고 직선은 없었다.
가라고 있는 것이 길이었고 간다는 것은 모두다
/언덕과 벼랑 돌 자갈/ 같은 시련의 순간순간이었다.
자고나 눈을 뜨면 발 앞에는 절망이란 것이
자주 아른거리는 역경의 길이기도 했다.
그래서 한 걸음 한 걸음 멀리 바라보며 묵묵히 걸었다.
그래도 힘들 때면 산을 바라보았고 하늘을 우러르며 나아갔다.
정점만을 향하려며 애썼는데도 길은 어느새 구부러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돌아 와야만 했던 길.
직선을 생각했으면서도 어언 듯 자세는 휘어져 있었고
발길은 곡선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결코 쓰러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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