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식 시의 산책로] 꽃에서 열매까지
2016.03.28 11:46:00
꽃에서 열매까지
우전 임 원식
가을이면
구례군 산동면 위안리 마을은
붉디 붉은 산수유 열매들로 뒤덮인다.
이른 봄이면 샛노란 꽃들이 피어
꽃구경 오는 길손들이 붐비더니
가을이 되니 열매들이 또
길손들을 불러 들인다.
먼 옛날부터 한약재로 쓰이던
산수유 열매는
"남자에게 좋다"는 티브이 광고가 나오면서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
지금은 황금열매가 되었다던가.
노란 빛깔의 꽃이
붉은 열매가 되기까지
산수유 나무는 무슨 짓을 했는가
땅속에 박고 있는 뿌리는
어떻게 물을 길어오고
햇빛과 바람은 또 어떻게
빛깔의 마술을 부렸는가
사람은 백년을 살아도
꽃보다 고운 열매를 얻지 못하는데.
<시의 산책로를 걸으며, 이용대 시인>
꽃이 아름답다고 해서 열매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반대로 꽃은 좀 그렇다 해도 열매마저 그렇게 쓸모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느 것이나 아름다운 것만 보면 된다.
꽃이 열매보다 더 좋다면 꽃을 보라는 것이고 꽃보다 열매가 더 좋다면
열매를 보라는 뜻일 게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미세한 연합작용이 움직였을 것이며 열매를 맺어 익히기 까지 또한 상상하기 힘든 비바람을 맞았을 것이다.
세상 어느 것 하나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어느 하나라도 쓸모 없다며 가볍게 취급하면 안 된다.
우리가 꽃보다 열매보다 더 아름다운 적이 있었다고
어떻게 자신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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