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가을, 억새와 함께 춤을~”
2008.10.10 07:07:00
가을은 ‘역마살’의 계절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 잠깐 올려다본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의 끝을 쫓다보면 머릿속은 주말여행 계획으로 분주하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으니 목적지를 정해보자.
혹자는 ‘준비한 만큼 보이는 게’ 여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준비하느라 지쳐서 떠나지 못하는 것 보다는 ‘무작정 여행’의 스릴도 나름 즐겨볼 만하다. 낯선 여행지일수록 어디선가 본 듯한 ‘데자뷰’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도 있을테니.
산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가을 억새꽃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추억거리다. 키보다 훨씬 큰 억새밭에서 사진 찍느라 까치발을 동동 굴렸던 어릴 적 기억이나, 20년 전 신혼여행으로 갔던 제주도에서 택시 기사님이 “여기서 사진을 찍어야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오래 산다”며 찍어주었던 사진은 세월과 함께 억새빛으로 바랬을 것이다. 오는 주말에 억새와 함께 하는 추억여행은 어떨까.
▲ 2007 민둥산억새축제 ⓒ정선군
◆ 은비색 억새가 만발한데 민둥산이라니?
이미 지난 달 27일부터 시작된 ‘민둥산 억새축제’는 산 전체가 둥그스름하게 끝없이 펼쳐진 광야와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해발 1,119m의 민둥산 20만평 가량이 억새꽃으로 덮여 있어 그 모습이 장관이며, 전국 5대 억새풀 군락지 중 하나로서 전국제일의 군락지이다.
정선군 남면에 위치한 민둥산 등산로 초입은 소나무 관목과 잡목이 무성해 “이게 무슨 민둥산이야”하는 의문을 갖기 쉽지만 7부능선(전체 높이의 7/10)을 넘으면 나무를 찾아보기 힘든 완만한 구릉지대에 지천으로 널린 억새만이 사람들을 맞는다.
특히 10월 중순이면 정산 부근 20여 만평의 평원은 그야말로 억새만발이다. 억새밭에 들어서면 사람 키보다 큰 억새에 파묻혀 주변 경치가 보이지 않을 정도라 산악인들로부터 전국 제일이란 찬사를 받을 정도다. 게다가 깔끔하게 그려놓은 듯한 ‘가르마’를 연상시키는 민둥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도 민둥산의 매력을 한층 북돋운다.
지난달 27일 민둥산 산신제를 시작으로 개막한 이번 축제에는 음악회, 정선아리랑 장터 공연, 사투리 공연, 고랭지배추체험 등 정선의 정취를 맘껏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가 다음달 2일까지 마련되어 있다. 돌아오는 길에 ‘레일바이크’를 타고 철길따라 흐르는 정선의 풍경도 즐기고, 동강의 굽이굽이 펼쳐진 ‘동강12경’도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다. (문의처 : 033-591-9141)
▲ 2007 서울억새축제 ⓒ네이버 이미지
◆ 서울 야경과 함께 하는 억새들의 아우성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개최되는 ‘서울억새축제’는 올해로 벌써 일곱 번째를 맞았다. 과거 쓰레기 매립장을 환경생태공원으로 복원한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은 매년 가을이 되면 억새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게다가 마라톤 코스로도 인기가 많아 주말이면 달림이 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하늘공원은 서울 도심에서 억새를 구경할 수 있는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주간에는 시민이 이용하고 야간에는 야생동물을 위해 시민출입이 통제되었으나, 오는 10일부터 19일까지 축제기간 중에는 저녁 10시까지 개방하고 있다. 때문에 서울의 야경을 즐기며 하늘공원의 억새밭 밤길을 걷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 될 수 있다. 다만, 하늘공원은 지대가 높아 쌀쌀하기 때문에 야간개장에 갈 때는 옷을 따뜻하게 준비해야.
또한 가족나들이를 계획한다면 ‘가을편지쓰기’를 비롯해 억새공예 체험, 꽃누르미와 토피어리, 자연물로 만들기 등을 자녀들과 함께 해보는 것도 좋다. 11일 저녁 7시에 점등식으로 시작해 1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는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과 시민공연팀, 시솝클럽 공연 동아리 등 억새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선율의 공연도 선보일 예정이다. (문의처 : 02-300-5538)
▲ 2007 명성산억새축제 ⓒ포천시
◆ 억새가 나부끼는 산정호수, 그리고 명성산
“억새꽃이 가을 편지를 씁니다. 내 마음의 풍경, 억새 그리고 호수.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 축제에서 1년 전에 보내온 편지를 받았습니다. 추억입니다, 사랑입니다, 행복입니다.”
‘내 마음의 풍경, 억새 그리고 호수’라는 주제로 열리는 제12회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축제는 산정호수로 유명한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산정호수와 명성산 일원에서 펼쳐진다. 해발 923m의 명성산은 정상 부근에 10㎡ 규모의 억새밭이 장관을 이루고 있어 등산객을 유혹한다.
이번 축제는 11일 오후 4시 산정호수 조각공원 상설무대에서 포천시 홍보대사인 개그맨 김용만 씨가 맡아 진행하는데, 개막행사로 바비킴 힙합공연을 비롯해 경기소리보존회 공연, 서재성 마술쇼, 송장희 예술단 공연, 아프리카 민속공연, 억새배 달집태우기 등 각종 문화행사가 마련돼 있다.
특히 가을 산정호수에서 펼쳐지는 수상스키쇼와 분수쇼, 경비행기 에어쇼, 루미나리에, 페이스페인팅, 매직풍선 만들기 등도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돋을 전망이다. 이밖에도 명성산 억새밭에서도 억새밭 빨간 우체통, 억새밭 바람개비 동산, 억새밭 작은 음악회가 열리며, 등산로 입구 맞은편 통행로에서는 포천 농·특산물 전시판매장과 섬나라 먹거리촌 등이 19일까지 방문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 2007 제주 중산간 억새밭 ⓒ구글 이미지
◆ 제주억새축제 “고랑 몰라 봐사 알주”
가을이면 제주도는 온통 은빛이다. 중산간 지역의 넓은 들녘과 오름에 군락을 이루며 피어난 억새 때문이다. 일명 으악새라 불리는 억새는 볏과계통의 다년초로 제주에서는 볏짚 대신에 지붕을 이는 이엉으로 사용했었다.
지금은 말과 소의 먹이로 사용하는데 척박한 땅에서 비바람과 찬서리를 묵묵히 견디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인해 제주인의 강인한 삶의 저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가을에 제주를 찾으면 해안도로와 한라산 자락을 통과하는 길가마다 억새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중산간 목장지대에 군락을 이룬 억새밭은 낭만적이면서도 쓸쓸하게 느껴지는 멋스러움이 그만이다. 게다가 제주 억새밭은 남원과 조천을 연결하는 남조로를 비롯해 삼굼부리 일대와 조천읍 교래리 인근, 성읍민속촌에서 성산일충볼으로 가는 동부 목장지대와 경마공원에서 샛별오름까지 제주 전역에 걸쳐 그 자태를 만끽할 수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매년 10월에 열리는 제주억새꽂축제는 올해로 15회를 맞았다. 샛별오름 들불축제 행사장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오는 18일부터 19일 양일간에 걸쳐 야생화강좌를 비롯해 천연염색체험, 억새꽃길 트레킹, 억새미로, 억새 꽃마차 등 다채로운 체험마당이 마련되어 있고, 어린이 사생대회, 풍물장터도 관광객들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참고로 “고랑 몰라 봐사 알주”는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뜻의 제주도 사투리. (문의처 : 064-710-3322)
[더데일리뉴스 / 신동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