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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상상력의 세계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뮤지컬 ‘모비딕’

2012.03.30 16:36:00

(서울=더데일리뉴스) 암흑과 정적 속에서 한 소년이 걸어 나온다. 나즈막한 속삭임처럼 그는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고, 나머지 등장인물들도 자기만의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대사와 표정을 악기로 대신해 표현하고 있었고, 관객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그들의 연주를 ‘보았다’.

이처럼 뮤지컬 ‘모비딕’과 관객의 첫 만남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4월 29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모비딕’은 국내 최초의 액터-뮤지션(Actor-Musician) 뮤지컬로, 처음부터 배우들과 악기가 한 몸이 되어 각각의 캐릭터들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액터-뮤지션이라는 색다른 장르는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는데, 특히 무대밖에 있던 악기가 무대 중심으로 올라오고 공연을 보조하던 배경음악이 등장인물로 의인화되어 공연의 중심적 역할을 맡으면서 청각이 시각으로 자유롭게 전환되는 상상력의 세계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

미국 작가 허먼 멜빌의 동명의 소설 '모비딕'(백경)을 원작으로 하는 이 공연은 경험 많고 낙천적인 항해사 ‘스텁’이 흰 고래 ‘모비딕’ 역할을 겸하며 음악적으로는 콘트라베이스로 중심을 잡고, 작살잡이 ‘퀴퀘그’는 바이올린, 외다리 ‘에이헙’은 첼로, 선원이자 해설자 ‘이스마엘’은 손이 자유로운 피아노로 매칭된다. 또한 관악기 주자를 희극적인 캐릭터로 삼아 합주의 밸런스를 맞추었다.

뮤지컬 ‘모비딕’ 속 배우들은 오케스트라나 밴드처럼 고정된 자리배치와 일반적인 연주방식을 따르지 않고 있다. 그들은 전형적인 연주 자세를 해체시켜 버리는데, 누워서 바이올린을 키거나, 피아노 위에서 건반을 누르는 등 기이한 자세로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아주 낯선 풍경을 자아낸다. 이런 비일상적인 모습들이 모여 ‘모비딕’만의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3월 25일 일요일 공연에는 ‘이스마엘’역에 ‘신지호’, ‘퀴퀘그’역에 ‘지현준’, ‘에이헙 선장’역에 ‘황건’, ‘스타벅’역에 ‘황건’, ‘플라스크’역에 ‘유승철’, ‘스텁’역에 ‘황정규’, 바다의 정령 ‘네레이드’역에 ‘차여울’이 일상적 세계와 비일상적 세계를 오가며 감각적인 연기를 관객들에게 보여주었다.

전반적으로 이 공연의 실험적인 연출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은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 연민, 우정 등의 감정선이 자연스럽게 표현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등장인물 개인의 감정은 잘 전달이 되었는데, 상호작용의 감정 표현이 부족해서 이야기가 하나로 모여지기 보다 산발적으로 흩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한 아쉬움 속에서도 다른 공연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뮤지컬 ‘모비딕’만의 매력은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본 공연은 4월 29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계속된다.

자세한 공연문의는 1577-3363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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