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을밤 경희궁에서 펼쳐지는 고궁뮤지컬 ‘천상시계’
2012.09.13 10:51:00
▲ © 고궁뮤지컬 ‘천상시계’▲ © 고궁뮤지컬 ‘천상시계’▲ © 고궁뮤지컬 ‘천상시계’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온 9월이다. 조금은 쌀쌀해진 가을 밤에 고즈넉한 궁궐 안에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흔히 오지 않는 기회일 것이다. 성큼 다가온 가을 앞에 이런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 같은 괜한 초조함과 기대심으로 발걸음은 어느새 경희궁 앞으로 향했다.
사적 271호 경희궁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러 떠나는 사람들처럼 그 늦은 시간(공연은 저녁 8시에 시작한다.)에 궁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모습 또한 이색적이었다. 경희궁 입구에 들어설 때는 공연을 실감할 수는 없었다. 그저 평범한 분위기에 늘 만나왔던 궁의 모습이다. 그러나 무대가 있는 곳으로 들어선 순간 ‘진짜’ 궁궐이 훌륭한 무대로 변신 해 있었다. 관객들은 제 자리를 찾아 앉고 의자 위에 놓인 담요를 하나 둘 덮기 시작했다. 역시 가을이긴 가을인가보다. 차가운 공기가 스쳐지났다.
뮤지컬 ‘천상시계’는 시작부터 대중의 큰 관심을 받은 작품이었다. 그 이유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조선시대이고 그것이 경희궁이라는 ‘진짜’ 궁궐에서 공연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은 2004년 아르코 예술극장과 2006년 토월극장에서 올려진 바 있어 작품성을 검증받은 뮤지컬이기도 하다.
작품 주인공이 장영실이다 보니 전체 스토리는 그의 삶을 그리면서 특히 천체 과학에 대한 그의 열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조선의 역사와 조상들의 지혜를 재미있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유익한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객석에는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학생들이 가족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이 작품이 가지는 독특한 스토리구조는 ‘과학자 장영실’뿐만 아니라 한 여자를 지고지순한 마음으로 사랑한 ‘남자 장영실’ 그리고 어머니를 두고 궁으로 들어가면서 괴로워하는 ‘효자 장영실’의 모습도 잘 보여주고 있어,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장영실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궁궐이라는 무대 공간이 이 작품에 큰 힘이 돼주는 배경임과 동시에 한계라는 점이다. 이야기 전개 상 다양한 공간을 연출해야 하는데 (특히 장영실이 중국으로 떠나 천체를 공부하는 장면) 무대배경을 바꾸기에는 많은 보조장치가 요구되는 상황이라 계속 궁궐이 중심 배경이 되면서 오는 괴리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이 부분은 양 사이드에 높은 탑을 따로 세워 관객들의 시선을 옮김으로써 어느정도 해소되었다.
그러나 야외 공연이 가지는 문제점 중 음향의 불안정성은 결국 극복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 매우 안타까웠다. 공연 초반에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중반부부터 계속되는 음향 문제는 객석들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공연 몰입은 불가능했다. 언제 또 마이크에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배우들도 조마조마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마이크가 계속 꺼지고 육성이 흘러나오는 모습은 상당히 잘못된 부분이라 생각하고 이 부분은 빠르게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9일 일요일 공연에는 ‘세종’역에 ‘여균동’, ‘장영실’역에 ‘전재홍’, 장영실을 사랑한 여인 ‘예성’역은 ‘최수진’이 맡았다. 이 작품은 세 명의 세종이 있는데, ‘여균동’과 함께 ‘최종원’, ‘김재한’이 개성넘치는 세종을 연기한다. 본 공연은 10월 1일까지 경희궁에서 계속된다.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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