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빵과 꿈 사이에 낀 ‘힐링음악극 빵’
2012.10.25 12:17:00
▲ ‘힐링음악극 빵’▲ ‘힐링음악극 빵’▲ ‘힐링음악극 빵’
(서울=더데일리뉴스) 빵과 음악, 연극이 만나면 어떤 모습일까? 우리의 일상과 많은 문학 작품에서 빵은 풍요와 나눔, 생명 등의 이미지와 연결된다. 과연 이 작품에서 빵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들 앞에 나타날까?
남자 주인공의 직업은 빵집 주인이다. 매일 빵을 굽지만 얼굴엔 슬픔이 가득하다. 집 떠난 아내와 어린 딸을 애타게 찾는 이 남자는 사랑하는 가족이 돌아오기 위해서는 계속 빵을 만들어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그의 가족은 그를 떠났을까? 왜 그는 다른 노력은 하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할까?
그는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가족들은 돌아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때 가족을 찾는 일을 도와주겠다고 한 소녀가 등장한다. 도깨비 머리를 하고 망태기를 짊어 진 이 소녀는 남자 주인공을 꿈 속으로 인도한다. 그 꿈은 남자의 유년기부터 청년기까지 그가 겪은 사랑, 미움, 아픔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남자의 이 같은 경험은 마치 동화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스쿠르지’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그가 ‘스쿠르지’처럼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
이 남자는 자기 무의식인 꿈 속으로 들어가 자기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진짜 자기의 꿈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신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었던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차츰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가고, 그 과정을 겪으며 자기 인생에서 소외된 진짜 ‘나’를 찾는 치유를 경험한다.
잊었던 자신의 꿈을 찾은 그에게 기적처럼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다시 그에게 돌아온다. 그는 이제 사랑하는 가족과 빵으로 만든 아름다운 하모니 속에서 꿈을 꾼다는 것의 소중함 느끼며 행복의 미소를 짓는다.
이 작품의 첫 인상은 마치 여러 사람의 꿈이 한데 뒤죽박죽 얽혀 있는 반죽같은 느낌이었다. 어떤 빵이 나올지 모르는 순수한 존재처럼 밀가루가 마구 섞여 있는 그 기분(흥분되고 호기심이 밀려 오는 반죽의 순간)!
반죽이 거의 다 완성되고 이제 슬슬 빵의 모양과 맛이 궁금해지는 단계로 접어드는데 이상하게도 반죽의 점성이 ‘아슬아슬’하게 묶여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 빵, 잘 나올 수 있을까?
직접 확인 한 것은 아니지만 이 작품의 스토리는 한 명의 작가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낸 것이라는 짐작을 해 보았다. 작품의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배우들의 삶, 사랑, 사람 안에 있던 희로애락이 봇물처럼 쏟아졌을 것이고 그것들은 하나 같이 소중해서 버려지지 않은 채 새 생명을 안고 ‘빵’으로 탄생한 듯 했다.
그러나 힐링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이 ‘힐링음악극 빵’은 오히려 이상한(?) 소외감을 느끼게 한 것 같다. 여기서 소외란 무대 위 사람(배우)들은 기쁨에 차 있고 마음의 치유가 된 것 같은데 그들이 내게 붙이라고 했던 반창고는 나에게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했다는 데서 오는 상태를 말한다. 이 소외감이 밀려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 빵, 관객이 주문한 맛과 달랐다.
관객들이 주문한 맛은 ‘내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는 부드러운 카스텔라’같은 맛이었는데 다 만들어진 이 빵은 그 맛이 아니었다. 포럼연극 또는 시민연극 등 즉흥적으로 배우와 관객이 서로 호흡하는 연극 장르가 어쩌면 관객들이 상상했던 카스텔라 맛의 레시피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러한 장르와는 다르게 ‘힐링음악극 빵’은 자기만의 소통법을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이 작품에서 인상 깊은 것 중 하나는 배우들의 몸짓이었는데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느린 걸음걸이나 사람이 반죽이 되는 장면 등은 관객들을 상상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장치로 충분했다.
특히 ‘푸메’는 이 작품의 매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캐릭터다. 애니메이션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 ‘푸메’는 거의 대사가 없지만 느린 몸짓과 걸음으로 무중력 상태에 있는 모습을 연상시키면서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작품 분위기를 동화의 한 장면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푸메’에 대해 약간의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일본 애니메이션 ‘토토로’처럼 불룩한 배와 통통 튀는 모습이 매력적인 귀여운 캐릭터다. ‘힐링음악극 빵’에서 꿈과 현실의 다리 역할을 하는 존재다.) ‘푸메’처럼 도드라진 캐릭터는 아니지만 반죽 옆에 꼬인 파리의 유머도 좋았다.
‘푸메’나 ‘파리’, ‘반죽 덩어리의 사람들’처럼 상상이 가득한 캐릭터의 집합체가 이 작품이 가지는 생명력이라면 또 한 가지는 음악이다. 아무래도 꿈이 중심 소재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음악이 주는 느낌은 몽환적이다. 명상을 할 때 듣는 뉴에이지 음악처럼 잔잔하면서도 평온한 ‘힐링음악극 빵’의 음악은 관객들에게 속삭이듯 다가와 공연장 곳곳에 스며들면서 이 작품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탄생시켰다.
작품을 다 보고 난 후에 작품에서 ‘빵’이 가지는 상징성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빵과 꿈 사이에 낀 사내의 이야기라는 이 작품에서 빵의 역할은 컸을지 몰라도 전체 이야기와 분리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오히려 작품의 주제의식이 빵에 갇힌 느낌이었다. 좀 더 빵에서 자유로웠더라면? 좀 더 푸메와의 시간여행을 즐길 여유가 있었더라면 이 공연의 여운은 더 강했을지 모르겠다.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풍성하였지만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힐링음악극 빵’은 오는 11월 18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되며 ‘빵 드라마 콘서트’는 11월 4일과 11일에 관객들을 맞이한다.
자세한 공연내용은 공식블로그(http://breadndream.tistory.com/) 참조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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