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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해학과 풍자로 시대를 노래하는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2013.01.09 12:44:00

벽을 뚫을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까?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 조재희 기자▲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 조재희 기자▲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 조재희 기자▲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 조재희 기자

(서울=더데일리뉴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프랑스의 국민작가 ‘마르셀 에메’의 동명소설 ‘벽을 뚫는 남자(Le Passe Muraille)’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로 한 남자가 갑자기 벽을 통과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원작의 작가 ‘마르셀 에메’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현실과 비현실을 배합하고, 일상적인 것들을 위조하며, 반어와 역설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러한 그의 작품 세계가 잘 드러나는 것이 바로 ‘벽을 뚫는 남자’이다.

‘마르셀 에메’는 벽을 뚫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남자를 등장시켜 1947년 파리의 시대상을 절묘하게 표현해 냈다. 당시 파리는 전쟁을 마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평온함을 되찾아가는 상황이었지만 노동자 대파업이 일어난 시기도 바로 그 때였다. 평온과 혼란이 공존하는 시기에 ‘벽을 뚫는 남자’는 모순적인 시대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의 주인공 ‘듀티율’은 우체국 민원 처리과 직원으로 소박하며 어느 곳 하나 특이할 것 없는 독신남이다. 그의 생활 패턴은 언제나 흐트러짐 없이 똑같다. 정해진 시간과 공간에서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해 나가는 ‘듀티율’에게 갑자기 벽을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벽을 뚫는 ‘뚜네뚜네’가 되어버린 ‘듀티율’은 당황해 하며 두려움에 떨지만 곧 그 두려움은 사라지고 ‘듀티율’은 ‘뚜네뚜네’로 살아가는 것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상호 대립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작품의 이야기를 보다 더 선명하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벽이 가지는 상징이 가장 두드러지는데 벽을 뚫을 수 있게 되면서 더 이상 벽은 앞을 가로 막는 장애물이 아니게 된다. 오히려 벽이 있음으로 인해서 그의 능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이 작품에서 재미있는 점은 ‘벽을 뚫을 수 있는 능력’이 ‘고쳐야 할 병’으로 다뤄진다는 것이다(의사는 그에게 ‘우울증을 동반한 후천적 연애콤플렉스 성적콤플렉스 사회적응장애 신드롬 등등의 합병증에 세포물렁증’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모두가 갖고 싶어하는 그 능력이 왜 고쳐야 하는 병인 것일까? 자유자재로 벽을 드나들 수 있는 것이 왜 병인 것일까?

벽을 통과할 수 있는 것은 마치 투명망토를 가진 능력과도 비슷하다. 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은 ‘해방’, ‘자유’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욕구와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게 하는 힘도 있다. 남자 주인공이 처음 그 능력을 갖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은 빵집에 들어가 빵을 훔치고자 한 것이다. 그 다음에는 보석집에 들어가 보석을 훔쳤다. 물론 훔친 것들을 거리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지만 그가 한 행동은 분명 도둑질이었다.

여기서 그의 행동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벽을 뚫는 능력을 가진 후에 즐거움과 사랑이 찾아왔지만 그와 동시에 고통스러운 두통이 동반했다는 점이다. 동전의 양면 같이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그 특별한 능력은 그의 행복을 다시 가로막는 벽이 된다.

풍부한 이야기 소재가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작품은 내용 만큼이나 음악 또한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이 작품은 대사 없이 극의 전체를 노래로 풀어가는 ‘송스루(Sung-through)’ 스타일의 뮤지컬이다. 그리고 4인의 라이브 밴드가 건반, 플루트, 알토 플루트, 피콜로, 클라리넷 등 총 20여가지 악기를 연주하면서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

지난 1월 5일 토요일 오후 7시 공연에는 남자 주인공 ‘듀티율’역에 ‘임창정’이 열연을 펼쳤고, 평범하고 고지식한 공무원의 모습과 사랑을 찾아 벽을 넘나드는 열정의 남자를 동시에 선보이는 역할을 잘 소화해 내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리고 알코올중독 정신과 의사로 등장하는 ‘고창석’ 역시 1인 3역을 훌륭히 소화해 내면서 그만의 개성넘치는 연기를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은 2월 6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계속되며 본 공연은 인터파크, 예스24 등 주요 온라인 예매처를 통해 예매가 가능하다(R석 100,000원, S석 80,000원, A석 50,000원).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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