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뮤지컬 ‘어쌔신’ 슬픈 암살자의 고독한 이야기
2013.02.05 05:04:00
▲ 뮤지컬 ‘어쌔신’ 배우들
(서울=더데일리뉴스) 누구나 존재의 이유에 대해 고민한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 왜 살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자문한다. 정해진 답은 없지만 우리는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증오하는 사람과의 관계 등에서 내가 왜 살아 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간다.
뮤지컬 ‘어쌔신’은 자기 존재의 이유를 찾고자 했던 9명의 암살자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사랑과 지지를 받지 못했던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대통령의 암살을 통해 주변인들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했다. 대통령 암살이 유일한 삶의 목표이자 꿈이었던 그들은 영원토록 세상이 기억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암살자는 모두 실존인물로 미국의 대통령 링컨, 케네디, 루즈벨트, 맥킨리, 레이건, 가필드, 포드를 향해 총을 겨누었던 사람들이다. 보통 암살 사건을 중심 주제로 다루는 작품은 그 사건 배후에 숨겨진 이야기를 파헤치는 추리물인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암살자의 독백을 중심축으로 두고, 그의 심리를 세밀하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각 인물들의 독백을 통해서 관객들은 왜 그들이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했는지 이유를 알게 된다. 그들은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현재 자기 모습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자신이 그렇게 된 이유를 대통령 개인에게 귀인한다. 현재의 절망적인 삶을 국가원수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그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던 것이다.
이처럼 뮤지컬 ‘어쌔신’은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여기에 환타지를 덧붙여 현실과 상상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오고 가며, 암살자들의 내면에서 요동치는 욕망이 실제 삶에 어떻게 투영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이를 사격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로 표현함으로써, 대통령 암살을 사격 놀이로 우스꽝스럽게 연출해 낸 것이 인상적이다.
암살자 모두는 사격 놀이를 마친 후 사격장 주인에게 상품을 내 놓으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그들을 위해 준비된 선물은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부터 그런 상품은 없었으며, 그것은 그들 스스로 만들어 낸 허황된 믿음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 줄 것이라 믿었던 상품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끝까지 총을 내려놓지 못한다.
배우 ‘황정민’의 연출 데뷔작으로도 관심을 모았던 뮤지컬 ‘어쌔신’은 그의 연출력 뿐만 아니라 그의 연기까지 함께 만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직접 무대 위에서 연기를 펼친 그는 한 명의 슬픈 광대를 보듯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말투로 좌중을 압도하는 매력을 발산했다.
‘황정민’과 ‘박성환’은 미국 제 20대 대통령 ‘제임스 가필드’를 암살한 남자 ‘찰리 귀토’역을 연기했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지만 실패한 ‘세뮤엘 비크’역에 ‘남문철’과 ‘정상훈’이 그들만의 개성넘치는 연기로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 외에 ‘루즈벨트’ 대통령을 암살하려한 ‘쥬세피 장가라’역에 ‘최성원’,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을 암살한 ‘레온 촐고츠’ 역에 윤석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암살을 실패한 ‘존힝클리’역에 ‘이승근’, ‘에브라함 링컨’을 암살한 ‘존 위크스 부스’역에 ‘박인배’, ‘제럴드 포드’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던 ‘사라 제인 무어’역에 ‘이정은’과 ‘리네트 스쿼키 프롬’의 ‘김민주’, 마지막으로 ‘존F.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자 ‘리하비오스왈드’역에 ‘최재림’과 ‘강하늘’이 명품 연기를 선보여 뮤지컬 ‘어쌔신’의 작품성을 더욱 높였다.
뮤지컬 ‘어쌔신’은 인간의 심리와 미국의 역사를 사격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독창적인 작품 구성으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자극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과 사랑에 대한 갈망을 미국의 역대 대통령 암살자로 풀어 낸 이 작품의 매력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 해 본다. 지난 3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마지막 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뮤지컬 ‘어쌔신’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공식블로그 (http://blog.naver.com/2012assassin) 참조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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