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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천사의 구원을 원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2013.03.07 16:22:00

같은 공간 다른 두 세계에서 상처 입은 영혼 ‘팬텀’이 들려주는 사랑 노래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서울=더데일리뉴스) 기대만큼 만족을 느끼는 공연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25년 동안 변함없이 사랑 받는 공연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단 하나의 공연이 바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작곡가로 손꼽히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작품으로도 유명한 이 공연은 올해 7년 만에 내한공연으로 국내 관객들과 재회했다.

이 작품의 첫 장면은 1911년 파리 오페라 하우스 안에서 일어나는 경매 현장이다. 70세 노인이 된 ‘라울’은 휠체어에 앉아 오페라의 유령과 관련된 지난 시절을 회상한다. 마지막 경매 상품인 샹들리에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무대는 파리 오페라가 절정에 달했던 시절로 순식간에 변한다.

바로 그 순간, 심장을 멎게 하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와 함께 거대한 샹들리에가 관객들 머리 위를 지나 천장에 매달린다. 포효하는 사자처럼 위협적으로 샹들리에가 움직이고, 눈 앞에 마술이 펼쳐지듯 무대 장치는 빠르게 변화한다. 배우와 관객들 모두 일제히 긴장하는 순간이다. 이처럼 극 초반에 관객들의 시선을 확실히 잡는 무대도 없을 것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조명 위의 무대와 어둡고 신비로운 오페라 하우스 지하가 명확히 구분되는 무대 구성을 가진다. 같은 공간 속 완벽히 다른 두 세계 사이에서 세 명의 주인공 ‘팬텀’과 ‘크리스틴’, ‘라울’은 자신들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경험을 맛본다.

가장 극적인 삶의 변화를 경험하는 것은 다름 아닌 ‘팬텀’이다. 그는 흉측한 얼굴 때문에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자신을 버린 세상을 경멸하며 살아간다. 언제나 자기 존재감이 희박해질까 전전긍긍하며 ‘유령’의 모습으로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팬텀’은 이미 스스로 자기 존재 자체를 부정해 버리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의 삶은 지옥이었다. 그는 자신을 구원해 주는 것은 오로지 오페라뿐이라 생각했다. 오페라 하우스는 자신을 위해 존재해야하고, 기쁨을 줘야만 했다.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그는 잘못된 욕망을 만들어냈고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괴롭혔다. 그는 분명 교활했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의 교활한 행동은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방패일 뿐이었다. 이러한 그의 유리같이 위태로운 마음을 이해한 사람이 바로 ‘크리스틴’이었다.

그녀는 날것의 감정 그대로를 폭발해 버리는 ‘팬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 준다. 분노라는 감정만 알던 ‘팬텀’에게 그녀는 따뜻한 품을 느끼게 해 준 것이다. 어쩌면 ‘팬텀’은 자신을 구원해 줄 천사를 늘 갈망하고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크리스틴’은 그에게 그런 ‘천사’같은 존재였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구원해 줄 존재라 믿었기 때문에 절대로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믿음은 집착이 되고 그녀와 그 모두를 고통 속에 빠뜨려 버렸다.

‘팬텀’은 고통의 뿌리를 뽑기 위해 ‘크리스틴’을 놓아준다. 그리고 홀로 쓸쓸히 앉아 어린 아이처럼 흐느껴 운다. 그 순간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떠난 그녀를 원망했을까 아니면 결국 이렇게 좌절하게 만든 세상을 원망했을까. 어쩌면 그는 그 눈물로 모든 것을 씻어내고 싶었을 것이다. 평생의 분노를 교활한 행위로 풀어온 지난 삶을 멈추고 싶었을 것이다.

‘팬텀’을 연기한 ‘브래드 리틀’은 복잡하게 꼬여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훌륭한 연기로 소화해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에 찬 남성도 있었고, 엄마의 품을 그리워 하는 꼬마 아이의 목소리도 있었다. 7년만에 다시 찾은 한국 무대에서 그는 또 한번 최고의 무대를 선사한 것이다.

이 작품이 오랜 세월 사랑 받을 수 있는 이유는 ‘팬텀’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서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과 상처를 드러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상적인 무대 연출과 화려한 의상, 춤 그리고 절대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음악이 어우러져 관객들은 마치 꿈속에서 용솟음치는 감정의 폭발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페라의 유령’이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칭송을 받는 이유이다.

금세기 최고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오늘도 자신이 세운 기록을 갱신하며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본 공연은 3월 24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계속되며 자세한 공연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http://www.phantomoftheopera.co.kr/) 참조.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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