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장 한국적인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의 매력 분석
2013.03.15 14:35:00
▲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서울=더데일리뉴스) 국내 뮤지컬 역사의 첫 장을 장식한 작품은 ‘살짜기 옵서예’이다. 1966년 예그린 악단이 선보인 이 작품은 오케스트라와 무용단, 합창단, 배우를 합쳐 100여명 규모의 출연진을 비롯해 양악기와 재즈 리듬에 담은 한국적 가락과 발레 기법을 응용한 안무를 최초로 도입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조선 후기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 ‘배비장전(裵裨將傳)을 소재로 한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는 원작의 재치와 유머를 현대의 예술 장르인 뮤지컬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더욱이 미국과 유럽 등 국외 작품들로 넘쳐나는 뮤지컬 시장에서 ‘살짜기 옵서예’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고유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독보적인 위치의 작품이기도 하다.
공연은 주인공 ‘배비장’이 제주도 신임목사와 함께 제주도로 향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목사(牧使)’란 조선 시대 관찰사의 밑에서 지방의 목(牧)을 다스리던 정상품 외직 문관을 뜻하고, ‘비장(裨將)’은 지방 장관(長官)과 견외 사신(遣外使臣)을 수행하던 관원(官員) 중의 하나를 의미한다.
제주도 신임목사는 죽은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색을 멀리하던 ‘배비장’의 지조와 절개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목사와 다른 비장들은 방자와 모의하여 제주 기생 ‘애랑’에게 ‘배비장’을 유혹할 것을 명한다. ‘배비장’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 ‘애랑’에 대한 마음을 적은 편지를 보내는데 ‘애랑’은 지금까지 만난 양반과 다른 ‘배비장’의 진실된 모습에서 사랑을 느끼고 이 모든 장난을 끝내고 싶지만 이미 그것을 멈추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린 것을 후회한다.
이 작품의 명장면은 ‘애랑’과 몰래 사랑을 나누다 그녀의 친척으로 둔갑한 다른 비장들 때문에 궤짝에 숨어 농락당하는 ‘배비장’의 모습이다. 이 때 ‘방자’는 여러 인물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궤짝에 갇힌 ‘배비장’을 골탕먹이는데 마치 이 모습은 우리나라 전통 탈놀이에 등장하는 ‘말뚝이’와 흡사하다. ‘방자’는 거침없이 행동하면서 해학적이고도 풍자적인 대사로 관중들을 매료시킨다.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는 전통문화의 현대화라는 예술성과 함께 관객들이 뮤지컬에 기대하는 화려한 볼거리도 충족시키는 작품이다. 우선 이 작품의 무대인 ‘CJ토월극장’은 첨단 무대시설을 갖춘 공연장이다. 올해 2월 3개층 1,000여석 규모의 중대형 극장으로 탈바꿈한 이 극장은 무대 위 소리가 풍성하게 전달돼 관객들이 ‘살짜기 옵서예’의 음악과 노래를 음미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공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면서 대사의 상당 부분이 제주도 방언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사를 알아듣기가 쉽지 않지만 낯선 제주도 방언을 이해하기 위해 더욱 배우들의 말과 노래에 집중하게 된다. 또한 평상시 접하기 어려운 옛 제주 방언과 다양한 토속 소품들은 작품의 고유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관객의 귀를 자극하는 것이 제주도 방언이라면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거대한 돌하르방 구조물일 것이다. 마치 그 모습은 고대유적 모아이(moai)를 연상시키면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고, “과연 이 작품에서 돌하르방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하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깜짝 이벤트처럼 돌하르방이 선보이는 유머는 관전 포인트가 될만하다.
돌하르방이 호기심과 신비로움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잡는다면 배우들이 갖춰 입은 한복은 고급스럽고 고운 색감으로 무대에 화려함을 더한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기생의 한복보다 남자 배비장들이 입은 색깔이 더 곱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리고 편안한 안무 동작과 역동적인 움직임을 할 수 있도록 남자 한복 옆 선에 주름을 준 것도 인상적이다.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는 관객들의 오감을 충족시키는 다양한 장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는데, 후각을 자극하는 유채꽃밭은 마치 제주도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유채 꽃의 향기가 풍기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관객들의 상상만으로도 꽃 향기가 공간을 압도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배비장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는 양반 풍자라는 고전 소설의 주제의식에서 탈피해 진실된 남녀의 사랑을 그리는 작품으로 표현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인들의 감수성과 잘 맞으면서도 고전이 주는 깊은 울림 또한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공연이 끝나면 음악이 생각나지 않는 작품이 있는 반면 오랜 시간이 흘러도 흥얼거리는 음악을 선물하는 작품이 있다.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는 공연이 끝나도 입가에 맴도는 강렬한 끌림이 있는 작품이다. 무궁무진한 생명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살짜기 옵서예’. 약 반세기만에 재탄생한 ‘살짜기 옵서예’는 고전 문학과 현대적 감각을 잘 버무린 매력적인 공연이다.
1966년 제 1대 애랑 ‘패티김’을 이어 배우 ‘김선영’은 더욱 매력적인 ‘애랑’을 연기한다. 그녀는 ‘배비장’을 유혹하는 기생 ‘애랑’과 한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인 ‘애랑’의 모습을 훌륭한 연기와 노래로 표현해 낸다. ‘배비장’역에는 ‘최재웅’과 ‘홍광호’가 열연을 펼치는데 이 둘은 서로 다른 매력적인 음색으로 여심을 사로잡는다. ‘신임목사’ 역에는 ‘송영창’과 ‘박철호’, ‘방자’ 역에는 ‘김성기’와 ‘임기홍’이 작품에 무게를 더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는 오는 3월 31일까지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자세한 공연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http://http://sweetcometome.interest.me) 참조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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