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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체스판 위 미궁에 빠진 가족, ‘넥스트 투 노멀’

2013.04.22 11:14:00

이야기의 깊이를 한층 더 높인 무대 연출의 아름다움

(서울=더데일리뉴스)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말한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별 탈 없이 사는 삶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 듯하다. 그만큼 평범하게 사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겉으로 평범해 보이지만 속은 조각조각 파탄이 나버린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를 잃은 고통과 슬픔으로 인해 조울증과 망상증을 앓는 아내 ‘다이애나’, 그녀 곁을 평생 지켜주겠다며 헌신하는 남편 ‘댄’, 정신과 치료를 받는 엄마를 못마땅해 하고 지긋지긋한 집구석을 경멸하는 딸 ‘나탈리’, 마지막으로 생후 8개월만에 장폐색으로 죽은 아들 ‘게이브’가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이다.

이 작품이 가지는 매력은 차분한 빛깔의 보라색 조명과 격자무늬의 무대 구조물일 것이다. 이 조명과 무대 구조물은 복잡하게 꼬여버린 ‘다이애나’의 가족 관계와 심리 상태를 상징적으로 표현해 주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과 자유로운 상상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보라색의 조명, 소품, 의상들은 전체 극의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든다. 보통 보라색이 상징하는 의미는 외로움과 슬픔이지만 이와 동시에 보랏빛은 마음의 정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마치 완전히 다른 빨강과 파랑이 만나 보라색을 만드는 것처럼 서로 대비되는 분위기를 모두 함축해 내는 것이 보라색이 갖는 매력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랏빛의 무대는 주인공 ‘다이애나’의 괴로운 심리상태를 반영하면서도 정신의 균형을 놓지 않으려는 그녀의 처절한 몸부림 같기도 하다.

무대 디자인은 3층으로 된 격자무늬의 철골구조로 등장인물들 사이의 감정 상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그 구조물 사이를 복잡한 동선으로 오고 가는 배우들의 몸짓은 마치 ‘체스’ 판 위의 말들 같았다. 구조물 가장 맨 윗층(3층)에 존재하는 ‘게이브’가 자신의 의도대로 말들(어머니, 아버지, 여동생)을 이리 저리 옮겨 놓는듯 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 무대는 마치 ‘슬라이딩 퍼즐판’과도 같았다. 배우들의 움직임은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만들기 위한 분주한 몸부림 같았다. 딱 한 순간 무대 위에 조각이 맞춰지는 때가 있었는데, 바로 ‘다이애나’의 조각난 사진들이 무대 가운데로 한데 모여지는 순간이었다. 그림이 맞춰진 그 순간, 무대 3층은 그녀의 머리가 되고, 2층은 그녀의 눈이 되고, 1층은 그녀의 입이 되었다.

층별 쓰임을 살펴보면 위의 설명이 그럴듯하게 맞아 떨어진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절대 떠나지 않는 아들 ‘게이브’는 유일하게 3층 구조물로 올라갈 수 있는 존재다. 그리고 2층은 주로 딸 ‘나탈리’가 등장하는 공간인데 그녀는 엄마 ‘다이애나’가 눈을 떠서 망상으로부터 빠져나오길 간절히 원한다. 1층은 남편 ‘댄’이 활동하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다이애나’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 장소이다. 그곳에서 그녀는 남편 또는 의사와 나누는 대화를 통해 과거와 현실을 재구성해 나간다.

이처럼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는다. 격자무늬 사이로 비어있는 사각형 안에 관객들은 저마다의 상상으로 그 빈 공간들을 채워나간다.

2011년 국내 초연무대 이후 2년 만에 다시 관객들과 만난 ‘넥스트 투 노멀’은 최고의 캐스팅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다이애나’역에는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박칼린’과 ‘태국희’, ‘댄’역에는 뮤지컬의 전설 ‘남경주’와 ‘이정열’, 아들 ‘게이브’역에 ‘한지상’, ‘서경수’, ‘나탈리’역에 ‘오소연’, ‘김유영’, 그녀의 남자친구 ‘헨리’역에 ‘이채훈’, ‘최종선’, 정신과 의사역에 ‘박인배’가 열연을 펼친다.

본 공연은 5월 5일(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계속되며 자세한 공연내용은 공식홈페이지(http://www.nexttonormal.co.kr/) 참조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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