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국 최초 발레 ‘심청’, 숙연한 감동과 신비로운 황홀경 선보여
2013.05.14 11:00:00
▲ 유니버설발레단 ‘심청’▲ 유니버설발레단 ‘심청’▲ 유니버설발레단 ‘심청’
(서울=더데일리뉴스) 한국의 대표적 고대소설 ‘심청전’은 한국 문화의 원형 ‘효’ 사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발레로 만들어진 것은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4년 유니버설발레단 초대 예술감독으로 지낸 ‘에드리언 델라스’가 심청의 이야기를 보고 영감을 얻어 발레 무대 위에 ‘심청’을 올렸다.
이처럼 한국 고유의 콘텐츠에 서양의 예술장르를 도입하여 창작을 한 사례는 많이 있다. 오페라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는데, 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이 바로 그것이다. 이 작품과 발레 ‘심청’은 공통적으로 한국 고유 문학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은 오페라하면 생각나는 화려한 귀족의 생활이나 주인공의 처절한 고통과 환희 등 격정적인 감정의 변화 등을 나타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는 오페라가 가지는 독특한 서사구조와 한국 콘텐츠가 잘 융합되지 못한 결과이다.
반면에 발레 ‘심청’은 관객들이 기대하는 발레 특유의 서사구조를 잘 반영하고 있다. 발레 하면 떠오르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라든가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을 보면 왕자와 그가 사랑한 한 여인의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숲속의 정령들, 춤추는 인형들과 같은 환상 동화의 요소들이 발레 ‘심청’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또한 이 작품은 무대 위에 드러나는 시각적 요소는 다분히 한국적이지만 청각적 요소는 발레 음악의 분위기를 잃지 않고 있다. 즉 억지스럽게 한국 전통음악을 가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요소요소마다 한국 전통 가락이라든가 탈춤 등이 잘 버무려져 있다. 이 작품은 그 자체로 동양과 서양을 구분하기 어려운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발레 ‘심청’은 국위 선양하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1987년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투어와 1990년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에서 공연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이는 한국 발레 역사상 최초의 유럽 진출로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이후 미국, 프랑스, 중동 등 다양한 국가를 방문하며 매번 ‘한국 발레 최초 입성’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들을 세웠다.
‘심청’의 이야기는 크게 두 지점에서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하면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첫 번째는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이고, 두 번째는 심봉사의 눈이 떠지는 장면이다. 그렇기 때문에 발레 ‘심청’은 1막부터 3막까지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가 전개된다. 오랫동안 이 작품이 세계인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심청’의 이야기가 가지는 힘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작품을 관람할 때 놓쳐서는 안 될 하이라이트 장면은 1막 심청의 낙하 장면과 2막 초반에 영상으로 투사되는 바다 속의 심청 그리고 용궁에서 펼쳐지는 바다 요정들의 다양한 춤이 인상 깊다. 마지막으로 3막 심청과 왕의 아름다운 2인무 또한 절제된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발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경은 숲이나 호숫가이지 바다는 쉽게 연상되는 이미지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발레 ‘심청’을 보기 전 바다와 발레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론적으로 물과 발레의 동작은 완벽한 하모니 그 자체였다. 무용수의 움직임은 마치 물속에서 중력을 거부하는 것처럼 자유로웠다. 기존에 나비, 새의 이미지가 발레에서 많이 등장했다면 ‘심청’은 이와는 다른 이미지를 통해 작품에 신선함을 더하고 예술적 감수성을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한다.
지난 5월 11일 오후 공연에는 ‘심청’역에 ‘팡 멩잉’, ‘선장’역에 ‘이승현’, ‘용왕’역에 ‘이동탁’, ‘왕’역에 ‘동 지아디가 열연을 펼쳤다. 특히 ‘팡 멩잉’은 중국 실력파들이 모이는 북경무도학원 출신으로 16세 어린 나이에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하였다. 작은 얼굴과 긴 팔다리로 발레리나로서 최상의 조건을 갖춘 그녀는 최초의 외국인 ‘심청’이라는 타이틀로 무대 위에 올랐다. 그녀는 눈 먼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빠져야 하는 소녀 ‘심청’의 심정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어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녀와 함께 ‘심청’역을 연기하는 수석무용수 ‘황혜민’과 ‘강예나’, ‘김나은’ 역시 각자의 아름다운 몸짓으로 ‘심청’을 이야기했다.
최초의 ‘심청’이었던 문훈숙 단장과 예술감독 ‘유병현(Bingxian Liu)’, 안무가 ‘에드리언 델라스(Adrienne Dellas)’, 음악 ‘게빈 바버 픽카드(Kevin Barber Pickard)’, 수석지도위원 ‘예브게니 네프(Evgenii Neff)’를 중심으로 한 발레 ‘심청’은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지난 5월 9일부터 12일까지 총 5회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위상과 예술성을 보여주는 발레 ‘심청’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공식홈페이지(http://www.universalballet.com) 참조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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