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설을 쫓아가기에 바빴던 연극 ‘해변의 카프카’
2013.05.28 12:23:00
▲ 연극 ‘해변의 카프카’
(서울=더데일리뉴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언제나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와 ‘상실의 시대’, ‘1Q84’ 등 수 많은 작품들은 국경을 초월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 중 소설 ‘해변의 카프카’는 2008년 미국의 ‘프랭크 갈라티(Frank Galati)’ 감독에 의해 연극으로 탄생했고, 2013년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김미혜’ 연출이 이 연극을 국내에 소개해 화제다. 우리나라 배우와 스탭들이 만들어 내는 연극 <해변의 카프카>는 어떤 모습일까?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소설 ‘해변의 카프카’는 오이디푸스 신화와 다양한 상징물로 엮어진 ‘수수께끼’ 같은 작품이다. 줄거리 요약이 쉽지 않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5살 소년이 아버지의 저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가출을 시도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버지가 퍼부은 저주가 사실처럼 하나 둘 눈앞에 펼쳐지면서 혼란을 경험한다. 물론 그 사실들은 그가 만들어낸 허구와 환상이 뒤죽박죽 섞인 것들이다. 그리고 그 소년은 아버지의 저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고자 하는 강한 의지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결론적으로 이 이야기는 한 인간이 성숙한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을 기묘한 사건 사고와 풍성한 이미지들로 엮어 놓은 소설이다.
이 작품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 독자들은 마치 중간에 멈출 수 없는 규칙을 가진 ‘수수께끼’ 게임에 빠져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이처럼 소설 ‘해변의 카프카’는 생경한 사건 사고의 짜깁기가 가져오는 난해함으로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연극 <해변의 카프카>를 논해 보자. 가장 관객들이 이 작품에 기대를 갖는 부분은 무엇일까? 그것은 소설로 읽었을 때 독자 개인의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이미지가 어떻게 무대 위에 구현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책을 읽었을 때 느꼈던 짜릿함과 재미를 연극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연극은 소설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을까?
아쉽게도 연극은 소설을 쫓아가기에 바빠 보였다. 무대 위 캐릭터는 대단히 정적으로 보였다. 마치 소설 속 캐릭터의 그림자처럼 등장인물들에게는 생명력과 생동감이 부족했다. 그리고 그들의 말투와 움직임(동선)에서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들도 많이 보였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이 하나의 흐름 속에 있기 보다는 완전히 독립된 듯 서로 충돌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러한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무대 언어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소설 ‘해변의 카프카’를 연극으로 만든 과정 자체가 흥미롭고 놀랍다. 청각적, 시각적 이미지가 난무하고 굉장히 관념적인 대사들이 많은 원작을 어떻게 연극 무대 위에 올릴 수 있는지 그 과정을 상상해 본다면 이 연극의 색다른 매력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고양이와 대화하는 할아버지를 어떻게 상상했었지?’, ‘내가 생각했던 도서관은 어떤 분위기의 공간이었지?’ 등 소설을 읽었을 때 떠올랐던 느낌과 상상을 상기시켜보고 이를 연극과 비교해서 본다면 꽤 재미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연극 <해변의 카프카>를 보면서 든 생각 중 하나는 만약 이 작품이 미디어 아트를 적극 활용해서 이상하고도 신비로운 시각적 이미지를 다양하게 만들어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예로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지난 4월에 막을 내린 뮤지컬 ‘Trace U’는 두 명의 주인공을 둘러싼 내면의 혼돈과 절망, 광기를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로 표현해 내 깊은 인상을 심어준 적이 있다.
연출자가 밝히고 있듯이 이 작품은 “경력이 짧은 여러 배우들, 제작비의 압박, 공연장의 기술적 문제”라는 현실 앞에서 최대한으로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배우들과 스탭진이 노력해서 만든 작품임은 틀림없다. 다만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많이 남을 뿐이다. 연극 <해변의 카프카>는 오는 6월 16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자세한 공연 문의는 02-764-1008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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