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두 남자의 전율과 흥분을 매력적으로 그려낸 뮤지컬 ‘쓰릴미’
2013.08.14 15:15:00
(서울=더데일리뉴스) 소극장의 매력은 관객과 배우 사이에 강한 유대감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관객인 ‘나’는 무대 위 ‘그’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그’에게 친근함을 느낀다. ‘그’의 모든 말과 행동은 모두 ‘나’를 향한 것 같은 그 생생한 느낌에 점점 ‘나’와 ‘그’는 떼어낼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린다. 운명 같은 그 강렬한 관계가 형성되는 순간, 공연은 긴 생명력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의 결말을 잘 보여주는 것이 뮤지컬 <쓰릴미(thrill me)>이다.
긴 생명력으로 오랫동안 사랑 받는 공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관객 ‘나’와 배우 ‘그’ 사이에 변함없는 신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뮤지컬 <쓰릴미>는 ‘스타 배우 양성소’라는 타이틀이 붙을 만큼 이 곳을 거친 배우들은 뮤지컬 무대에서 영향력 있는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류정한’, ‘최재웅’, ‘김무열’, ‘이율’, ‘강필석’ 등 초창기 배우들을 비롯하여 ‘오종혁’, ‘지창욱’, ‘손승원’, ‘이재균’ 등 새로운 별들의 등장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 공연의 특징은 2회 이상 관람한 관객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공연장으로 입장하는 관객들은 서로에게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사이처럼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기도 한다. 아마 <쓰릴미>가 이어 준 인연들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서 공연장 안으로 들어선 순간, 그 때 느껴졌던 아우라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무대는 텅 비어 있었지만 그 곳을 응시하는 관객들의 시선은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앞으로 펼쳐질 모든 일들을 단 하나의 의심 없이 받아들일 자세가 되었다는 신호 말이다.
첫 번째 관람한 사람에게는 다소 낯선 풍경이었지만 그 아우라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뮤지컬 <쓰릴미>의 매력에 취할 준비를 했다. 도대체 이 공연은 어떤 매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을까?
공연이 시작되자 강렬한 피아노 음색이 소극장 안에 울려 퍼진다. 이 작품에 쓰이는 악기는 오로지 피아노뿐이다. 무대 오른쪽 위에 따로 마련 된 연주 공간은 마치 ‘신’의 자리인 것처럼 배우들의 몸동작 하나하나를 움직이는 신의 손과 같았다. 음악이 빨라지면 배우들도 빨라지고, 음악이 느려지면 배우들도 속도를 낮춘다. 긴장과 정적은 피아노의 선율로 만들어 지는데 그 고급스러운 음색이 공연의 매력을 한층 더 높인다.
뮤지컬 <쓰릴미>는 그 시작부터 고급스러웠다. 화려한 황금빛의 고급스러움이 아니라, 간결함과 여백의 미로 가득한 고급스러움 말이다. 피아노를 시작으로 배우들이 무대 위에 등장하는 순간, 그 고급스러움은 더욱 강렬한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낡은 책걸상 하나와 오래 된 타자기, 그리고 골동품 가게에 있을 법한 전화기는 아주 작은 소품이지만 그 존재의 무게 감만큼은 아주 무겁게 무대를 장식한다. 그리고 고급스러움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바로 배우 그 자체일 것이다. 말끔한 수트(정장, suit)차림의 잘 생긴 남자 배우 두 명은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다.
‘나’와 ‘그’로 등장하는 두 명의 남자 배우는 뮤지컬 <쓰릴미>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들이다. 두 명 모두 남들보다 먼저 대학에 진학할 정도의 수재이고,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난 청년들이다. 이 중 한명인 ‘그’는 19세에 니체의 초인사상에 심취하고, 자신의 우월함을 시험하기 위해 유괴살인을 계획한다.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인 ‘나’는 ‘그’의 연인이자 친구로, ‘나’만큼 ‘그’를 이해하고 모든 것을 다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할 만큼 ‘그’를 사랑한다.
<쓰릴미>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간담을 서늘하게 하거나 마음을 졸이게 하는 느낌을 계속해서 느끼고 싶어 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다. ‘나’는 ‘그’에게 복종해 주는 대가로 사랑을 요구하며, ‘그’는 ‘나’에게 사랑을 주는 대가로 복종을 강요한다. ‘나’는 그 사랑으로 강한 전율을 느끼고 싶어 하며, ‘그’는 ‘나’의 도움으로 방화나 살인 등을 저지르면서 강렬한 전율을 원한다.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이야기의 흡입력이 강하고,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도 훌륭하다. 그렇기 때문에 1팀과 2팀으로 나뉘어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든 조합을 챙겨보려는 관객들의 욕구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양한 남성 2인극의 작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 그 시작에는 분명 <쓰릴미>가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관객과의 신뢰도를 쌓아가면서 그 입지를 넓혀가는 뮤지컬 <쓰릴미>는 신촌 The Stage에서 9월 29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공연에는 ‘정상윤’, ‘송원근’, ‘전성우’, ‘이재균’, ‘오종혁’, ‘임병근’, ‘박영수’, ‘이동하’, ‘신성민’이 출연한다.
자세한 공연 내용은 공식홈페이지(http://www.thrillme.co.kr) 참조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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