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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성화’는 누구인가? 뮤지컬의 아낌 없는 리뷰

2013.08.23 16:56:00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 대작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

(서울=더데일리뉴스) 1막이 끝나고 찾아 온 인터미션(막간의 휴식시간)은 관객의 느낌을 솔직하게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대작이라 불리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관객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공연의 첫 인상에 대해 한 관객은 이렇게 말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와 느낌이 다르다. 훨씬 더 감동이 있다. 그때는 이런 감동을 느끼지 못했는데...” 짧은 비교 평가였지만 확실히 대작이 불리는 것들 가운데 <레미제라블>의 감동은 더 컸던 것 같다.

● 런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의 힘

이번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런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이 전원 내한해 철저한 작품 관리로 최고의 무대를 선보인 것이 특징이다. ‘장발장’역의 배우 ‘정성화’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런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의 ‘철저한 품질관리, 규격화, 풍성한 노하우’에 놀랐다고 한다. 또한 7개월간 10차에 걸친 치열한 오디션을 시작으로 용인, 대구, 부산을 거쳐 서울로 입성해 가면서 작품의 질은 더욱 높아졌다.

세계적인 대 문호 빅토르 위고의 원작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이 작품은 1832년 파리 봉기(6월 봉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이 봉기는 파리에서 군주제 폐지를 기치로 일어난 항쟁으로 빅토르 위고는 이 항쟁을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경험한 장면을 소재로 소설 ‘레미제라블’을 쓰게 된 것이다.

이 작품에는 주인공 ‘장발장’과 그의 추적자 ‘자베르’, 아름답고 강한 어머니 ‘판틴’, 그녀의 딸 ‘코제트’, 그녀가 사랑한 ‘마리우스’가 등장하고, ‘마리우스’를 사랑하는 또 한 명의 여자 ‘에포닌’ 그리고 그녀의 (악덕한) 부모 ‘떼나르디에와 그의 부인’이 나온다.

● ‘정성화’는 누구인가(Who am I)?

우선 ‘장발장’역을 맡은 ‘정성화’는 강인한 풍채와 내면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동명의 영화 주인공 ‘휴 잭맨’ 보다 더 ‘장발장’을 잘 묘사했다고 본다. 특히 그가 부르는 노래 중 1막의 ‘Who am I’는 명곡 중 명곡이다. 이 노래는 그가 자신의 정체성에 확고한 믿음과 자신감을 표현하는 장면이다. 모든 것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이 장면은 1막의 긴장감을 높이고 음악적으로도 기교가 넘친다.

한 인터뷰에서 ‘정성화’는 이 음악이 가장 뮤지컬다운 곡이라고 말한바 있다. ‘뮤지컬답다’ 말은 아마도 힘 있고 감동이 넘치면서 압축적으로 캐릭터의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 노래를 들으면 바로 그러한 느낌이 든다.

그의 지난 작품들을 돌이켜 보면 배우 ‘정성화’는 ‘나’라는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꾸준히 해 왔다. 그를 뮤지컬 배우로 성장시킨 <영웅>에서는 ‘누가 죄인인가’라는 노래로 일제로부터 고통 받는 민중의 설움을 대변하였고, <라카지>에서는 ‘나는 나일뿐(I am what I am)’이라는 곡으로 동성애자의 당당한 자기애를 보여주었다.

● 기분좋은 신선한 목소리 ‘이지수’와 ‘조상웅’

이 공연에서는 ‘정성화’처럼 우리들에게 익숙한 배우들 사이에서 새로운 얼굴들이 관객의 시각과 청각을 자극했다. 듣는 이의 귀를 쫑긋 세우게 한 배우는 딸 ‘코제트’ 역을 맡은 ‘이지수’와 그녀의 연인 ‘마리우스’의 ‘조상웅’이다. 우선 이 둘의 목소리는 다른 뮤지컬에서 듣지 못했던 목소리였다. 그래서 신선했고, 계속 눈이 갔다.

특히 ‘코제트’역의 ‘이지수’는 그녀에게 이 작품이 데뷔작이다. 신인을 과감하게 캐스팅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녀의 안정적인 연기와 노래 실력은 더욱 놀라웠다. 사실 ‘코제트’역은 다른 역할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고, 그렇게 어려운 연기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 캐릭터다. ‘코제트’에게 중요한 것은 순수한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지수’의 목소리는 맑은 새소리처럼 영롱했다.

그녀가 첫 등장에서 관객의 귀를 사로잡았다면, ‘마리우스’역의 ‘조상웅’은 그의 매력을 느끼기에 다소 시간이 걸렸다. 처음 그의 목소리는 철부지 소년의 느낌이 강했다. 일단 그 지점에서 ‘뭐지?’라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영화의 영향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화에서 ‘마리우스’는 지적이고 차분하게 그려졌다면 ‘조상웅’이 연기하는 ‘마리우스’는 철없는 소년에 가까웠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를 다시 본 순간은 1막 마지막 곡 ‘One Day More’를 부르는 장면이었다. 그는 놀랍게도 철부지 소년에서 강한 청년으로 바뀌고 있었다. 조명에 비친 그의 얼굴은 명암이 뚜렷해져 조각 같은 미모를 뽐냈고, 굵은 선을 가진 남자로 변해 있었다. 모습뿐만이 아니라 목소리도 달라졌다. 그 전보다 굵고 묵직해진 목소리는 ‘마리우스’의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 모두 주연과 같이 매력적인 배우들

‘정성화’와 신인 배우 ‘이지수’, ‘조상웅’뿐만 아니라 ‘문종원(자베르)’, ‘조정은(판틴)’, ‘ 임춘길(떼나르디에)’, ‘박준면(떼나르디에 부인)’, ‘김우형(앙졸라)’, ‘박지연(에포닌)’의 열연 또한 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판틴’역의 ‘조정은’은 공연에 맨 앞과 뒤를 장식하면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의 ‘알돈자’가 떠오른다. 남자들에게 당하고 또 당하지만 자신을 결코 버리지 않는 숭고함이 그녀에게서 느껴진다. ‘조정은’은 ‘알돈자’ 역할을 했었기 때문에 ‘판틴’역을 더욱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 해 본다.

그리고 ‘임춘길’과 ‘박준면’의 코믹한 연기는 실로 압권이었는데 좌중을 압도하는 그들의 익살스러움은 아주 즐거운 볼거리였다. 특히 ‘박준면’이 처음 등장하면서 내뱉는 대사는 아무 의미 없는 몇 마디 말에 불과했는데 그녀 특유의 목소리로 대사 하나 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듯 했다.

● 한국어 노랫말 어색함 없이 원곡의 감동 그대로 담아내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감동이 최고조로 달하는 순간은 뮤직넘버 ‘One Day More’가 나오는 순간일 것이다. 주인공과 앙상블 모두가 등장해 부르는 이 노래는 작품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한다.

한국어 초연인 만큼 잠시 이 노래의 가사를 보고 넘어가자. ‘내일이면 시작되리 / 깃발 높이 올려라 / 민중들이 깨어나 / 새로운 세상 열리는 날 / 너는 듣고 있는가 / 여기 남아 함께 싸운다 / 내일로 / 내일이 오면 신의 뜻한 바를 알게 되리라 / 내일에 / 내일을 / 내일로’(이 노래는 공식홈페이지 http://www.lesmis.co.kr/ 에서 들을 수 있다.)

이 음악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분위기의 노래 ‘Bring Him Home’ 은 투쟁 속에 죽어가는 청년들에 대한 ‘장발장’의 애절한 사랑과 연민을 느끼게 한다. 이 노래는 ‘장발장’이 신에게 간절히 기도하는 독백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다. 딸이 사랑하는 남자 ‘마리우스’를 살리고 싶은 그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는 명장면이다.(노래 가사: ‘평화로 환희로 살아갈 / 아직 어린 청년 / 주시고 빼앗나 / 그를 좀 놔줘요 / 나 죽어 / 날 죽여 / 청년을 집으로 / 집으로...’)

● 밀레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색상과 실감나는 영상 효과

이 작품을 보다 보면 눈이 침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전체적인 무대 색감이 어둡기 때문이다. 낮보다는 밤이 더 많고, 갈색과 검은색이 주를 이룬다. 마치 무대 전체가 감옥인 것만 같다.

작품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밀레의 작품 ‘이삭 줍는 사람들(Les glaneuses)’과 ‘만종(L'Angélus)’을 연상시킨다. 엄숙한 분위기, 어둠과 빛의 대조, 순수함, 민중들에 대한 연민 그리고 그들의 고난이 캔버스 위에 그려진 듯 했다.

한 편의 그림과 같았던 <레미제라블>은 실감 나는 무대 영상을 통해 입체적인 무대를 만들어 냈다. ‘장발장’이 지하 하수구를 통과하는 장면은 조명과 영상이 만나 실제로 하수구 안 속 깊숙이 들어가는 듯 했고, ‘자베르’가 다리 위에서 투신하는 장면은 영상 효과를 더해서 관객이 다리 위에서 떨어지는 그를 바라보는 것처럼 만들었다.

● 결국은 사랑이다.

이 공연은 관객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답은 ‘무조건적인 사랑’ 아니었을까?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고, 낯선이를 환대하면서 ‘장발장’은 변했다. 그리고 그 또한 자신을 그토록 고통스럽게 만든 ‘자베르’를 아무런 조건 없이 용서했다.

이 지점에서 시대를 초월해 다양한 장르로서 생명력을 이어 나가는 빅토르 위고의 위대함에 다시 한 번 놀라움을 표하고 싶다.

이제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마지막 공연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본래 예정되었던 공연 기간 보다 1주일 연장해 9월 1일까지 추가 공연이 진행되는 만큼 이번 공연은 성공적으로 관객들과 통했음이 입증됐다.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또 새롭게 거듭 난 <레미제라블> 한국 공연을 기대 해 본다.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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