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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톱스타 없이 작품성으로 승부하는 보석 같은 뮤지컬 ‘날아라, 박씨!’

2013.10.22 18:03:00

한 번 보면 입소문을 내고 싶은 매력 넘치는 공연!

(서울=더데일리뉴스) 지난 7월 공연 스태프들과 공연계 입문 희망자 또는 종사자를 관객으로 하는 네트워크 파티 ‘B급 수다’에서 하우스 매니저와 컴퍼니 매니저의 토크쇼가 진행된 적이 있었다. 당시 포스터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하우스 매니저는 동네북?! 컴퍼니 매니저는 밥셔틀?! 동네북이라 놀리지마라! 밥셔틀이라 비웃지마라! 출근할 때 빼논 쓸개, 퇴근할 때 찾아가자!”

‘B급 수다’의 토크쇼 주제처럼 뮤지컬 <날아라, 박씨!>는 뮤지컬 공연 뒤에서 고생하는 컴퍼니 매니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컴퍼니 매니저는 배우, 연출가, 기획사 대표 등 공연 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고충을 해결하고, 현장의 사고를 처리해야 하는 센스도 갖춰야 하는 사람이다.

실제로 뮤지컬 한 작품이 오르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들이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요, 얽힌 사람들 사이의 시기와 질투는 기본이다. 그러나 공연은 ‘결국’ 올라가야 하기에 힘들었던 과정은 대박 나는 결과에 무마된다. 비단 공연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제작의 과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현실에서 과정을 총괄하는 컴퍼니 매니저는 하나의 기계 부품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기계 부품처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그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이 공연의 주인공 ‘오여주’ 역시 마찬가지의 고민을 안고 있다. 그녀는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이 일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는 여자다. 그러나 결국 공연은 올라가야 하기에 축축 처지는 고민 따위는 잠시 미뤄야 한다. 그게 현실이니까.

비단 이 공연은 컴퍼니 매니저의 고충만을 담지 않는다. 7년 동안 앙상블로만 무대 위에 섰던 여자, 한 작품을 올리고 나면 몇 달 간 백수로 살아야 하는 여성 작가 등 꿈을 좇지만 늘 불안한 그녀들의 삶이 응축된 것이 바로 뮤지컬 <날아라, 박씨!>가 가지는 공감의 힘이다. 분명히 여성 관객들은 이 작품에 자신의 삶을 투영했을 것이다. 심지어 아이돌 팬클럽 회원이기도 한 여주인공의 숨은 이야기는 여성들의 공감대를 자극할만한 설정이다.

이 작품의 매력은 독특한 무대 연출, 등장인물들의 능청스러운 연기, 어느 하나 빼고 볼 수 없는 등장인물의 개성 등 다양하다. 뮤지컬 <날아라, 박씨!>의 이 같은 매력은 화려한 수상 경력에서도 잘 알 수 있다. 2010 문화관광부 창작팩토리 대본음악 공모 선정작, 2012 대구뮤지컬 페스티벌 우수창작지원작, 2012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 앙코르 우수상, 2013 대한민국 국회대상 올해의 뮤지컬상을 거머쥐면서 공연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 공연은 3년간의 창작기간을 거쳐 올해 초 대학로 PMC자유극장에서 성공적인 정식무대를 선보였다. 당시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연일 매진을 기록,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초연 이후 소극장에서 중극장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 뮤지컬 <날아라, 박씨!>는 6인조 라이브밴드의 합류와 다양해진 무대 세트, 더욱 공들인 의상 등으로 눈과 귀가 더 즐거워진 공연으로 탈바꿈했다.

초연에서는 단막 공연이었던 것이 중극증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애초 창작진의 의도대로 2막으로 바뀌었다. 이 공연의 매력이 제대로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이 공연은 1막에서 뮤지컬을 만드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오고, 2막에서는 뮤지컬 속의 뮤지컬을 보듯 1막에서 만든 공연이 실제로 무대 위에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1막을 봐야 2막의 웃음코드를 제대로 간파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 작품의 제목이 왜 ‘날아라, 박씨!’인지도 2막에서 밝혀진다.

이 작품을 보면 지금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진행되고 있는 뮤지컬 <구텐버그!>가 떠올려진다. 뮤지컬 <구텐버그!>는 왜 작곡가와 작사가가 구텐베르라는 인물을 가지고 뮤지컬을 만들게 되었는지, 이야기의 전개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유머 넘치는 대사와 연기로 극을 이끈다.

<구텐버그!>와 <날아라, 박씨!>는 닮은 구석이 있다. 우선 뮤지컬 속 뮤지컬이라는 액자식 구성이라는 점과 두 공연 모두 창작 과정을 보여준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가장 유사한 점은 기존의 대형 뮤지컬을 패러디해서 관객들의 웃음을 자극하는 점이다. 뮤지컬 <날아라, 박씨!>에서는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레베카>의 오마주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어 극에 재미를 더한다.

이 공연은 다 보고 나면 “참 예쁜 공연이다.”, “참 잘 만든 공연이다.” 라는 감상평을 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유명한 뮤지컬 톱스타가 등장하지 않지만 실력파 배우들로 똘똘 뭉친 이 공연은 보고나면 또 보고 싶은 매력이 넘친다.

주인공 ‘오여주’역은 ‘홍륜희’, ‘엄태희’, ‘한보라’가 연기한다. 특히 ‘엄태리’의 사투리와 약간 허스키한 그녀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그녀는 평범한 옷을 입고, 무대 소품 하나 없이 핀 조명 하나만 받으면서 엔딩 곡을 부르는데 그런 그녀의 실루엣과 목소리가 아직도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그녀를 1막에서 꿈을 이루게 만드는 극 중 연출가 역의 ‘독고대’는 ‘정동석’이 연기한다. 그는 1막과 2막에서 완전히 180도 다른 연기를 펼쳐 보여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1막은 까칠한 남자로 등장하는 반면, 2막에서는 뮤지컬 <라카지>를 연상시키는 복장으로 코믹한 ‘천사’역할을 연기한다. 그의 능수능란한 코믹 연기는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신예 작가 ‘정준’이 쓰고 작곡가 ‘조한나’가 함께하는 뮤지컬 <날아라, 박씨!>는 톱스타 없이 작품성과 입소문만으로도 훌륭하게 성공할 보석 같은 작품이다. 본 공연은 11월 25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진행되며, 자세한 공연문의는 1544-1555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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