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중독성 있는 남성 2인극 ‘스테디 레인’의 치명적인 매력
2014.01.06 11:16:00
(서울=더데일리뉴스) 믿고 보는 연극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제목은 <스테디 레인>으로 번역하자면 ‘계속내리는 비’ 정도가 되겠다. 남성 2인극의 이 작품은 2007년 시카고 초연을 하자마자 ‘2007 연극 Top 10’에 선정되고, 타임지가 선정한 2009년 Top 연극에서 2위에 오르며 평단의 인정을 받은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작품은 범죄의 도시 시카고를 배경으로 2명의 경찰관 ‘대니’와 ‘조이’가 직면한 최악의 사건들이 얽히기 시작하면서 이 두 남자가 파국으로 치닫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을 한 줄로 요약하기가 참 힘들다. 그래서 이 작품을 설명하는 다양한 한 줄 요약 설명들이 와 닿지 않는 것도 <스테디 레인>의 풍성한 줄거리를 담아내지 못해서일 것이다.
속사포처럼 내뱉는 이 두 남자의 숨 막힐 듯한 대화는 그 대사의 분량과 말하는 속도에 관객들까지도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대사의 리듬 그 자체가 ‘끊임없이 내리는 비’와 같다. 도대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쉼 없는 대사의 주고받음이 연극 <스테디 레인>의 고유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대사의 리듬이 암시하듯 둘의 대화 속도만큼이나 사건의 진행도 거침없다. 그리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의 전개는 관객들의 뒤통수를 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내용의 파괴력은 더욱 강해져 두 배우는 어느새 벼랑 끝에 서 있다. 모든 게 위태롭고 아슬아슬하다.
<스테디 레인>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을 품고 있다. 누군가는 죽거나 누군가는 죽기 직전에 있다. 아기, 어린이, 소년, 성인 여자, 성인 남자까지 무대 위에 보이지 않는 대화 속 인물들이 죽음을 맞는다. 그래서 이야기는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고, 슬픔과 연민을 느끼게 한다. 이 연극이 탁월한 것은 실체가 없는 대화 속 인물들이 마치 무대 위에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이 작품을 보고서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나온 느낌이 드는 이유는 두 남자가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들을 해설자처럼 아주 잘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남자는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하게 만든다. 마치 동화책을 읽어 주듯 주변 상황과 등장인물들의 감정까지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시점에서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은 2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팀 A는 ‘이석준’(대니), ‘이명행’(조이)이고 팀 B는 ‘문종원’(대니), ‘지현준’(조이)이 연기한다. 어느 팀이 더 좋았다고 평가내리기는 힘들지만 개인적으로 팀 A의 케미스트리(chemistry, 화합)가 좋았다. ‘이석준’과 ‘이명행’은 탁월한 캐스팅이라 느껴질 만큼 배역과의 일치도가 높았다. 둘은 최고의 조합이었다.
특히 ‘이석준’의 연기가 인상 깊었는데 그는 욱하는 성질을 이기지 못하는 남자로 나온다. 모든 것을 자기 방식대로 풀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그는 현명함과 침착함과는 거리가 먼 남자였다. 입에는 욕을 달고 살고, 폭력적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존재다. 결국 그러한 성격 때문에 그의 아내는 지쳐가고, 소중한 아들은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석준’은 그런 ‘대니’를 완벽하게 소화하는데 입에 착착 붙는 욕까지도 이석준표 ‘대니’를 만들어냈다.
‘이석준’ 배우가 보여준 ‘대니’처럼 남자들의 거친 매력에 흠뻑 취하는 연극 <스테디 레인>은 꼭 한 번 보고 넘어가야 할 연극이다. 강렬한 내러티브 연극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오는 1월 29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한다.
자세한 내용은 충무아트홀 공식 홈페이지(http://www.cmah.or.kr/) 참조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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