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뷰] 뮤지컬 데뷔 11주년을 맞은 배우 ‘김다현’ 집중조명
2014.01.29 18:17:00
‘김다현’ 주요 출연작품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2003~2004)> 베르테르 역으로 데뷔, <사랑은 비를 타고(2004)>, <헤드윅(2005~2008)>, <돈 주앙(2009)>, <서편제(2012)>, <라카지(2012)>, <쌍화별곡(2012)>, <락 오브 에이지(2012)> , <아르센 루팡(2013)>, <해를 품은 달(2013)>, <잭 더 리퍼(2013)>, <아가씨와 건달들(2013~2014)>, 현재 <해를 품은 달(2014)> 공연 중
‘스테이지뷰’ 소개
스테이지(stage, 무대)와 인터뷰(interview)의 합성어인 ‘스테이지뷰’는 무대 위 인물과의 심층 인터뷰를 담은 기획 기사이다.
(서울=더데일리뉴스) 뮤지컬 공연이 없는 월요일 오후 2시, 한적한 커피숍에서 배우 ‘김다현’을 만났다. 인적이 드문 장소이기는 했지만 그는 멀리서도 알아볼 만큼 그만의 아우라(aura)를 풍기고 있었다. 검은색 페도라 모자에 검은색 코트 그리고 포인트 장식으로 하얀색 목도리를 한 ‘김다현’ 배우는 배우로서 예를 갖춘 멋진 모습이었다.
이번 인터뷰는 온전히 ‘김다현’이라는 인물의 삶에 주목하면서 그의 연기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것이 목적이었다. 배우라는 가면을 벗고 무대 밖에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소중하고 의미 있었다.
그는 덤덤하게 자신의 현재 삶 속에서 느끼는 고민과 많은 생각들을 찬찬히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인터뷰에 임하는 그의 모습은 한 편의 모놀로그처럼 진지하고 차분했다. 진실된 눈빛, 신중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의 톤은 어느새 대화의 깊이를 더 해가기 시작했고, 마치 그 모습은 ‘젊은 베르테르’가 편지 형식을 통해 고백하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인터뷰는 그가 뮤지컬에 입문한지 11년이라는 해가 가지는 의미를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 치열한 뮤지컬 현장에서 배우로 살아가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는 지난 뮤지컬 생활을 돌아보니 “군대 전후가 많이 바뀐 것 같다”고 회고했다. 전역 후 뮤지컬 <돈 주앙>으로 현장에 복귀한 ‘김다현’은 여전히 쉼 없이 뮤지컬 배우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의 삶에서 군 복무 기간은 큰 의미가 있는 시기로 보였다. 그는 군복무 시절 “연예인도 아닌 배우도 아닌 군인이라는 신분이 인간 김다현으로 돌아간 시점인 것 같다”고 말하면서 “개인적으로 서울 생활을 떠나서 귀농한 기분으로 군대 생활을 하고 싶었고, 아주 평범하고 규칙적인 생활과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이 소중했다”고 말했다.
쉼 없이 달려온 뮤지컬 배우로서의 삶이었기 때문에 그에게 있어서 군생활은 달콤한 휴식 같은 시간처럼 보였다.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는 “누구의 눈치도 볼 것도 없었고,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었다. (나를) 군인으로만 바라보니까 좋았다”고 그 당시 느꼈던 자유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그의 삶에서 연기가 업그레이드 된 계기는 바로 가족이었다. 그는 뮤지컬 <라카지>에서 ‘앨빈’역을 훌륭히 소화해 내며 관객들에게 좋은 평을 받기도 했는데, 그가 여성성이 강한 ‘앨빈’ 역을 제대로 연기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가족이 큰 힘이 되었다. (뮤지컬 <라카지>에서 ‘앨빈’은 게이이자 아름다운 여성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클럽 라카지의 전설적인 여가수이다.)
“(뮤지컬 라카지에서) 아들이 앨빈에게 상견례 자리에 나오지 말라고 말하는데, 그 때 (앨빈은)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어요. 앨빈은 아들을 위해 목숨까지 줄 수 있는데... 그 캐릭터를 공부하면서 아들만 쳐다봤어요. 나중에 내 아들이 장가간다고 했는데 ‘아빠는 안 왔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어요. 미치는 거죠. 한편 제가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더라구요. ‘나중에 애 키워봐라’는 말이 이제는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구요. 거기서 뒤통수를 맞은 거죠. 그래서 제가 이 작품에 더 빠져 들어갔던 것 같아요. 그리고 ‘라카지’를 연기하면서 행복했어요. 단 한순간도 고통스럽지 않았어요. 그 연기를 하면서 온 몸의 세포들, 감각들이 살아나면서 무대 위에서 힐링을 받는 것 같았어요. 정말 행복하더라구요. 드레스를 입고 관객들의 찬사를 받을 때, 제가 말 한마디 하지 않았는데 등장만으로 박수가 터져 나올 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카타르시스가 올라왔어요. 엄청난 경험이었어요. 그런 점에서 여성적인 연기를 할 수 있다는 데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그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죠.”
‘앨빈’을 연기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김다현’은 그 때의 흥분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말처럼 그는 ‘앨빈’의 여성성을 잘 표현해 냈다. 실제로 ‘김다현’이라는 배우는 대한민국 뮤지컬 남자 배우들 중에 여장 남자를 가장 많이 한 배우일 것이다. 고운 외모도 큰 몫을 하겠지만, 그는 여자의 마음을 잘 알고 그것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배우이기도 하다. 이처럼 ‘김다현’ 배우 안에는 ‘여성성’이 강하게 존재하고 있는 듯 했다.
그 안의 여성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대해서 ‘김다현’은 해맑게 웃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명심보감을 보면, 책을 읽는 것만큼 좋은 지식을 얻는 방법이 없고, 자식을 키우는 일만큼 보람된 일은 없다고 했어요. 그 만큼 여자는 자식을 키울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남자로 태어나서 여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저한테는 큰 행운이죠. 언제 제가 망사스타킹을 신어보고, 속옷을 입어보고 하겠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재밌는 장점도 있지만 여자 캐릭터는 그 많은 배우들 중에서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제가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게 가장 큰 행운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 행운을 받은 만큼 잘 하고 싶어요. 사람들은 잘생긴 배우가 모성애를 어떻게 표현하나 궁금했던 것 같아요.”
분명 ‘김다현’ 배우는 그 어느 배우들보다 여장 남자 배우를 훌륭하게 소화하는 역량을 갖춘 배우다. 그러한 배우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바로 부모님이었다. 그러나 제한된 인터뷰 시간으로 많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주어진 시간 동안 조금이나마 그의 성장배경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삼형제 중에 막내로 태어났다. 위로 누나와 형이 있는데, 언제나 아버지의 말동무는 그였다. 아버지께서 힘드실 때 집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드실 때면 언제나 그의 앞에 앉아있던 사람은 바로 막내아들 ‘김다현’이었다. 아버지는 막내였던 그를 많이 예뻐하셨고, 그가 생각하기에 아버지와 자신이 서로 비슷한 부분이 정말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빨리 부모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누구의 아들이 아닌 누구의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2008년 결혼을 하고, 지금은 6살, 1 살배기 아들 둘을 키우는 한 집안의 가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김다현’ 배우가 아들 둘이 있는 유부남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대한민국 유부남 뮤지컬 배우 중에 그처럼 많은 팬이 있는 배우도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김다현’ 배우는 팬들과 가족처럼 정겨운 관계를 지켜나가는 배우이기도 하다. 인터뷰 중에도 그는 팬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사실 팬분들이 가장 소중하잖아요. 그 분들이 있기에 제가 있는 것이고, 제가 있기에 그 분들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한 공연 전회를 관람한다는 게 정말 쉽지가 않거든요. 그런데 몇 년 동안 제 표를 모아서 ‘오늘이 300번째 공연이에요’라고 말하면 정말 어떻게 이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우선적으로 무대에서 가장 좋은 모습, 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그 외적으로도 더 해드리고 싶어요.”
“팬클럽 카페에서 진행하는 어워즈가 있는데, 카페 활동을 열심히 한 분들 가운데 1등을 선정해서 그분과 제가 같이 공연을 관람하고 저녁식사도 같이 해요. 이 어워즈는 2~3년 됐어요.”
이처럼 그가 뮤지컬 배우로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는 자신을 지켜봐주고 사랑해 주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편, 성공적인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에게 뮤지컬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에게 뮤지컬이란 무엇일까?
“(뮤지컬 무대에서) 치유받기도 하고, 때로는 고통 받기도 하고, 정말 뮤지컬은 제 삶의 현장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 질문에 대해서 삶의 고향 또는 터전이라고 말했죠. 뮤지컬은 제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삶 중에 집이 있는 시간보다 더 많을 때도 있으니까요. 전 여기서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주마등처럼 지난 활동들이 지나가네요. 전 뮤지컬 무대에 데뷔하면서 20대를 보내고, 30대를 보내고,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으니...”
어느 덧 주어진 인터뷰 시간이 다 끝나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떤 삶을 꿈꾸는지 물어보았다.
“꿈은 상당히 많아요. 너무 많아서 문제이긴한데 (웃음) 아빠로서는 사랑이 가득한 아빠가 되는 게 꿈이에요. 그리고 배우로서는 ‘찾아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 사람이 무슨 작품을 한데, 어느 드라마에 나온데, 어느 영화에 나온데’ 그러면 보고 싶고, ‘요새는 왜 안 나오지?’ 기다려지고, ‘그 사람이 이번에 무슨 역할을 한다는데? 그래? 진짜?’ 이렇게 사람들이 찾아주는 배우가 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사실 뮤지컬계에서 배우 ‘김다현’은 이미 ‘믿고 다시 찾는 배우’이다. 그는 현재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뮤지컬 <해를 품은 달(2014)>의 주인공 ‘이훤’역을 연기중인데, 그는 이 작품의 초연(2013)에서도 ‘이훤’역을 연기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오는 3월 8일부터 연극 <M. Butterfly>에서 ‘송 릴링’ 역을 연기할 예정인데, 이 작품 역시 2012년 국내 초연 이후 2014년 재공연에서 ‘김다현’ 배우를 다시 섭외했다.
이처럼 사람들이 믿고 찾는 배우 그리고 한 가정의 좋은 아빠 ‘김다현’은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진솔한 자신의 생각을 나눠주었다. 그가 말한 것처럼, 지금 이 순간도 그는 삶의 현장인 뮤지컬 무대 위에서 최고의 모습으로 팬들과 만나는 중이다.
대담=조재희 더데일리뉴스 편집국 부장 The dailynews2324@yahoo.co.kr
정리=오혜란 기자 thedailynews11@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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