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프랑스 아비뇽 축제 참가작, 넌버벌 마스크연극 ‘반호프’시즌2
2014.02.10 17:36:00
(서울=더데일리뉴스) 포스터 속 세 명의 남자가 독특한 가면을 쓰고 서 있다. 가면의 눈, 코, 입 생김새는 서로 다르고 (심지어 눈썹과 입꼬리마저 다르다) 푹 파인 인중은 세 남자의 연륜까지도 느껴지게 한다. 이 독특한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반호프>는 어떤 내용일까? 배우들은 가면을 쓰고 말을 할 수 있을까? 대학로에서 독특한 연출로 주목받는 <반호프>를 알아보도록 하자.
창작집단 ‘거기가면’의 넌버벌 마스크연극 <반호프>는 그것의 장르가 설명해주듯이, 대사 없이 가면을 쓴 배우들의 몸짓과 여러 가지 소리, 음악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독특한 형식의 공연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경우 제목에서 작품의 분위기나 내용을 추측해볼 수 있는데,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독일어 제목을 사용하고 있다. ‘반호프(Bahnhof)’는 독일어로 ‘간이역’을 뜻한다.
일단 공연 제목에서 전달하는 메시지는 명확하지 않다. 한글, 영어도 아닌 무려 독일어의 제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익숙하지 않은 다른 나라 언어의 사용을 통해서 작품의 분위기가 묘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궁금증을 자아내고, ‘혹시 외국작품이 원작인가?’ (이 작품은 국내 창작공연이다) 하는 질문도 생긴다. 자연스럽게 관객들은 ‘반호프’의 뜻을 찾아보게 되는데, 이 정도면 독일어로 제목을 선정한 것에 대해 나름의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작품은 제목이 알려주듯이 어느 간이역을 배경으로 한다. 그 간이역을 평생 지켜온 역장과 매표소 직원 루씨, 청소부 소라는 어제와 별반 다름없는 하루를 시작한다. 그들에게 소중한 일터이자 삶의 공간인 간이역에는 다양한 방문객들이 드나든다. 할아버지, 젊은이, 소매치기, 여인, 회사원 등 많은 인물들이 각자의 인생을 펼친다. 그러던 어느 날, 철도회사의 회장과 사장단은 간이역을 없애버리고 초현대식 주상복합단지를 만들기로 결정하게 되고, 간이역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이 작품에는 총 25명 정도의 배역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포스터에는 3명의 배우만이 등장한다. 여기서 이 작품의 특징이 드러난다. <반호프>에 출연하는 배우는 단 3명뿐이며, 그들이 마스크를 쓰고 서로 다른 배역을 연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모르고 보는 관객들은 ‘적어도 5명 정도는 있지 않을까?’ ‘남자, 여자 배우가 적당히 섞여 있겠지~’ 라고 상상할 것이다. 정답은 공연이 다 끝나고 배우들이 가면을 벗는 순간 알 수 있다.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배우들과 스탭들에게 환대를 받은 기분이 든다. 여기서 환대란, 무대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한 땀 한 땀 정성들인 푸짐한 상차림을 받은 느낌을 말한다. 그것은 놀랍도록 잘 만들어진 마스크의 정교함과 배우들의 움직임에서 비롯된다.
한 배역은 감정에 따라서 가면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한 개의 가면으로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즉, 하나의 가면으로 한 캐릭터의 기쁨, 슬픔, 놀람 등의 감정들이 표현되는 것이다. 이는 철저히 계산된 움직임과 마스크의 각도 등으로 마스크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그리고 그 생명력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처럼 기발한 상상력과 섬세한 마스크를 통해 일상의 또 다른 재미있는 모습과 웃음을 선사하는 <반호프>는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2014년 세계적인 연극축제 ‘프랑스 아비뇽 축제’에서 한 달 동안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이 작품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통해 한국의 넌버벌 마스크연극의 지평을 넓혀주기를 기대해 본다.
이 공연은 2월 13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진행되며 전석 25,000원에 공연 관람이 가능하다.
자세한 공연문의는 한국공연예술센터(02-3668-0007 / www.hanpac.or.kr)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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