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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내음이 퍼지는 한적한 오후에 잘 어울리는 연극 ‘가을 반딧불이’

2014.02.17 13:24:00

재일동포 극작가 ‘정의신’이 전하는 따뜻한 감성 연극에 취하다

(서울=더데일리뉴스) 봄의 기운이 조금씩 느껴지는 요즘이다. 낮도 길어진 듯해서 나들이 나가고 싶은 마음도 불쑥 커졌다. 이런 날 좋은 공연 한 편 본다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 것 같은데... 대학로의 수많은 공연들 중에 어떤 작품이 설레는 봄 처녀의 마음을 알아주고 달래줄까?

대학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연극 <가을 반딧불이>는 봄기운에 취해서 보기 딱 좋은 공연이다. 공연제목에서부터 무엇인가 어렸을 적 향수나 그리움 같은 것이 물씬 풍기는 이 작품은 일본의 변두리 보트선착장을 배경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그리고 있다.

햇살에 나뭇잎이 반짝이고, 선선한 바람에 호수가 찰랑인다. 낡은 라디오에서 올드 팝송이 흘러나오고, 손님 하나 보기 힘든 낡은 선착장에는 스물아홉 청년 ‘다모쓰’와 그의 삼촌 ‘슈헤이’가 21년째 함께 살고 있다. 다모쓰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 ‘분페이’에 대한 원망이 크지만 삼촌 슈헤이와 가족의 정을 맺고 현재에 만족해하며 살아간다.

주요 인물은 다모쓰와 슈헤이이지만 그들과 같이 낡은 선착장을 채우는 ‘마스미’와 ‘사토시’가 작품에 긴장과 재미를 더해준다. 이 네 사람의 공통점은 말하지 못할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선착장 공간에서만큼은 슈헤이의 넓은 아량으로 비밀은 잠시 묻어둔 채 편안하게 쉴 수 있다. 슈헤이는 낯선이들을 멀리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그는 불편한 몸에 넉넉하지 않은 살림으로 살아가지만 어려움은 나눌수록 더욱 행복해진다고 믿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무대는 선착장 하나로 단순하지만, 섬세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진 무대 디자인은 관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잔잔히 흐르는 물, 푸르고 무성한 나무, 햇살처럼 따스하고 무지개를 선사하는 조명, 달과 반딧불이 되는 작은 빛들이 작품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이 작품은 ‘야키니쿠 드래곤’, ‘나에게 불의 전차를’ 등으로 유명한 재일동포 극작가 ‘정의식’의 작품으로 2001년 일본에서 초연된 이후 한국에는 지난해 첫 선을 보였다. 이 작품은 작가의 가족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그 가운데서도 유머를 잃지 않으려는 특유의 재치가 느껴진다.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2월 7일부터 3월 2일까지 선보이는 연극 <가을 반듯불이>는 매주 일요일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진다. 등장인물들과 연출자가 모두 무대 위에 올라와서 관객과 소통한다. 이 공연은 오는 6월 19일부터 7월 20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앵콜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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