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심을 제대로 공략한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2014.03.28 17:41:00
(서울=더데일리뉴스) 우리나라 대표적인 창작 뮤지컬을 꼽는다면 안중근 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영웅>, 명성황후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명성황후>가 대표적인 작품이라 하겠다. 이처럼 2000년대 중후반 한국 창작 뮤지컬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표어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런데 최근 창작 뮤지컬은 한국 역사나 문화를 소재로 하지 않고 전 세계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을 재해석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 대구국제뮤지컬이 제작한 뮤지컬 <투란도트>는 동명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기본적인 구성을 따라가지만 ‘물의 왕국’을 배경으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나간다(오페라에서는 북경의 궁전을 배경으로 한다).
2014년 3월에 개막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역시 동명의 소설 ‘프랑켄슈타인’(1818)을 원작으로 하지만, 원작의 이야기 전개 방식과 등장인물의 성격에 변주를 줌으로써, 아주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 냈다.
뮤지컬 연출자가 공연 소재를 찾고 있을 때, 대중들에게 아주 친숙하지만 아주 낯선 소재를 찾아내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우리에게 소설과 영화로 친숙한 소재이지만, 한 번도 뮤지컬 무대 위에 등장한 적 없는 낯선 작품이다.
‘프랑켄슈타인’을 소재로 한 뮤지컬은 브로드웨이 ‘Young Frankenstein’, 오프-브로드웨이 ‘Frankenstein - A New Musical’이 있지만 국내에 소개된 바는 없으니, 적어도 한국 뮤지컬 관객들에게 ‘프랑켄슈타인’은 대단히 신선한 소재다.
연출과 극본을 맡은 ‘왕용범’은 뮤지컬 <잭더리퍼>와 <삼총사> 등 유명 작품을 이끌어 오면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아는’ 연출인 듯하다. 특히 이번 <프랑켄슈타인>은 여성 관객의 마음을 염두하고 작품을 써 내려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한국 뮤지컬의 주요 소비자라 할 수 있는 20~30대 여심을 제대로 공략하고 있다. 바로 ‘모성애’이다.
아마도 지금까지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괴물을 모성애와 연결시킨 작품은 없을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괴물 역할을 맡은 ‘박은태’, ‘한지상’은 완전히 지켜주고 싶은 어린 생명체로 표현된다. 두 배우 존재 자체가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지만, 여기에 캐릭터의 특징이 부여되면서 모성애를 자극하는 최고의 캐릭터가 탄생했다.
특히 괴물이 부르는 노래 중에 인상 깊은 가사를 다시 떠올려 보자. 창조주에게 버림받고, 탐욕스런 인간에게 고문 받던 괴물이 존재의 슬픔을 탄식하며 부르는 노래 가운데 이런 가사가 있다. “어젯밤 처음 난 꿈꾸었네 / 누군가 날 안아주는 꿈 / 포근한 가슴에 얼굴을 묻네 / 잠드네”
배우 ‘박은태’, ‘한지상’이 헐벗은 몸으로 차가운 땅 위에 홀로 남겨져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여성 관객들이 같이 눈물을 안 흘릴 수가 없다. 거기에 이 둘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가느다란 떨림이 가사의 슬픔을 더욱 진하게 만들면서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 내고 있으니,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여심을 제대로 공략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노랫말과 대사가 다소 거칠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존재의 슬픔 / 탄생에 했을 때부터 피 냄새를 맡아야 했던 지독히 운 없는 존재”, “이 세상에 혼자 단 하나의 존재 / 철침대에서 태어난 나를 / 너희완 달라 / 인간이 아냐 / 그럼 난 뭐라 불러야 하나”, “정령 내가 태어난 이유가 없나 / 나의 창조주시여 / 뭐라 말 좀 해봐요 / 왜 난 모두에게 괴물이라 불려야 하나 / 이 슬픔을 참을 수 있는가” 등 가사 전개가 투박하고 조금은 어색한 말투가 마치 외국작품을 번역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어쩌면 이 작품에서 귀에 꽂히는 뮤직넘버가 없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노랫말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분명한 사실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보면 볼수록 매력이 있다는 점이다. 등장하는 캐릭터도 역동적이면서 생동감이 넘치고, 어느 한 배우도 뒤처짐 없이 출중한 노래 및 연기 실력을 갖추고 있다.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박은태’, ‘한지상’, ‘리사’, ‘안시하’, ‘서지영’, ‘안유진’, ‘이희정’, ‘김대종’ 등 이토록 화려한 캐스팅을 한 무대 위에서 만나는 일도 흔치 않은 일이다.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는 작품성을 갖춘 <프랑켄슈타인>의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본 공연은 5월 11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되며, 자세한 내용은 공식홈페이지(http://www.musicalfrankenstein.co.kr/) 참조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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