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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믿고 보는 작가 ‘이희준’의 웰메이드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2014.04.09 01:44:00

뮤지컬 장르가 보여 줄 수 있는 최고의 감동을 고스란히 담아내다

(서울=더데일리뉴스) 대학로 극장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동숭아트센터가 떠올려지곤 한다. 그 만큼 이 공연장은 오랜 세월 대학로를 지켜온 터줏대감 같은 곳이다. 최근 이 곳 무대 위에 올라 온 뮤지컬 작품들을 보면 ‘성재준’ 연출의 ‘스트릿라이프’, ‘전국노래자랑’, ‘최성신’ 연출의 ‘인당수 사랑가’, ‘김동연’ 연출의 ‘심야식당’, ‘이종석’ 연출의 ‘풍월주’가 관객들 앞에 선보였다. 2012년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를 시작으로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공연이 동숭아트센터 무대 위에 오르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최성신’ 연출의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공연이 한창이다. 이 작품 역시 2012년부터 계속 되어 온 동숭아트홀표 공연 스타일(‘애잔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연 스타일)을 이어 나가고 있다. 첫 번째 신호탄이었던 ‘인당수 사랑가’는 춘향과 몽룡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심야식당’은 외로운 사람들 사이의 정(情)을, ‘풍월주’는 두 남자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노래했다. 그리고 지금 <공동경비구역 JSA>는 남북한 병사들의 슬픈 우정을 노래한다.

위 작품들 가운데 동숭아트센터가 <공동경비구역 JSA>를 무대 위에 선보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최근 동숭에서 선보인 작품들 중에 가장 동숭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분명 다른 극장에서도 이 작품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질 것 같다. 그 만큼 이 작품은 음악이면 음악, 조명, 대사, 연기까지 골고루 갖춘 몇 안 되는 수작이다.

이 작품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배우 ‘이병헌’, ‘송강호’, ‘이영애’가 출연했던 동명의 영화로 더 친숙한 이 소설은 뮤지컬로 재탄생 되면서 원작이 가지는 힘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영화에서 ‘이영애’가 연기한 중립국 수사관은 뮤지컬에서 ‘베르사미’ 사령관으로 남자가 연기한다.

이번 뮤지컬에서 남북한 병사의 우정과 중립국 수사관의 내적 갈등을 표현하는 5명의 배우들은 호흡 면에서나, 실력면에서 어느 하나 균형을 잃지 않아 관객으로서 보는 내내 만족감이 높았다. 특히 남한군 병사 김수혁 역의 ‘정상윤’과 남성식 역의 ‘이기섭’, 북한군 병사 오경필 역의 ‘최명경’과 정우진 역의 ‘임철수’, 그리고 ‘베르사미’ 역의 ‘임현수’ 연기는 누구 한 명 뒤처지지 않은 균형 잡힌 연기를 보여주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빛이 날 수 있었던 것은 사건의 기승전결과 감정의 흐름을 잘 표현해 낸 음악과 입에 착착 붙는 대사/노래가사가 뒷받침 되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 작품은 작/작사 이희준, 작곡 맹성연 콤비가 만들어 낸 작품으로 모든 뮤직넘버가 오래 기억날 만큼 웰메이드 뮤지컬이다. 역시 뮤지컬은 이야기, 대사,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공동경비구역 JSA>가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의 시작은 잔뜩 겁먹은 무장 군인들의 노래로 시작된다. “거짓말 거짓말… 죽음의 비명소리 / 증오의 비명소리 / 공포의 비명소리 / 총소리”의 가사를 담은 노래가 앙상블로 절정에 이르면서 이야기는 웅장하게 시작한다.

이 작품은 1994년 북측 초소에서 격렬한 총성과 함께 일어난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면서 드러나는 남북한 군인의 뜨거운 우정을 그려내고 있다. 살인사건의 중심에 있는 김수혁 병사의 진술을 토대로 중립국 수사관 베르사미는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추리에 들어간다. 그리고 심문 과정에서 베르사미는 꺼내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리고, 악몽에 시달린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음악은 베르사미가 부르는 ‘악몽’이라는 곡이다. 이 노래는 아버지를 증오하지만 떨쳐낼 수 없는 그의 존재를 향해서 외치는 노래다. “의미 없어/부숴진 권총과 낡은 공책/의미 없어/듣고 싶었던 수 많은 이야기도/이젠 잊을 거야/남김없이 잊을 거야/매일 반복되는 깊고 검은 악몽/이젠 없을 거야/이젠 없을 거야/영원히…” 베르사미는 ‘이정열’과 ‘임현수’ 배우가 더블캐스팅으로 연기하는데 두 배우 모두 매력적인 보이스를 갖추고 있지만, 이 ‘악몽’이라는 음악과 더 잘 어울리는 보이스는 ‘이정열’ 배우인 듯 하다.

그리고 이 작품의 감초 역할은 단연 북한군 병사 역을 연기한 ‘최명경’, ‘임철수’ 배우다. 이들은 입에 착착 붙는 북한 말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단숨에 사로 잡는다. 재치 있는 입담과 어색하지 않은 유머 섞인 연기는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한다.

이데올로기가 만들어 낸 비극적인 우리의 이야기를 이토록 애잔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제작진에 박수를 보낸다. 2013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구 창작팩토리)의 뮤지컬 우수 작품 제작 지원작이기도 한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관객들을 웃게 하고, 마음까지 촉촉하게 적셔주는 따뜻함까지 선사한다. 이제 이 작품을 동숭에서 만날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이 작품은 4월 27일까지 동숭아트홀에서 공연되며,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dsartcenter.co.kr) 참조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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