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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발레 ‘멀티플리시티’, 한국 관객의 경험 지평을 넓히다

2014.04.23 11:21:00

천재 안무가 나초 두아토가 표현하는 바흐의 음악과 삶 그리고 문훈숙 단장의 해설이 있는 공연

▲ 멀티플리시티 안무가 - 나초 두아토(Nacho Duato)▲ 멀티플리시티 Photo by Wilfried Hosl- Bavarian State Ballet

(서울=더데일리뉴스) 두 해 전, 백남준의 첼로 퍼포먼스를 연상시키는 한 발레 영상이 국내 미술관에 전시되었다. 이 영상은 바로크 시대의 복장을 한 남성이 첼로를 연주하듯 여성의 몸을 활로 키며 춤추는 발레 공연 영상이었다. 이는 미술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안무가 ‘나초 두아토’의 <멀티플리시티>가 한국에 소개된 순간이었다.

마치 하나의 미디어 퍼포먼스처럼 국내에 소개된 <멀티플리시티>는 본래 2막으로 구성된 총 120분의 모던 발레이다. 이 작품은 미술관에서도 소개될 만큼 춤의 형상이 다채롭고 감각적이며, 음악을 이미지로 형상 해 내는 방식이 매우 독특한 것이 특징이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감각적인 <멀티플리시티>의 안무는 누가 창조해 냈을까? 이 작품은 현대 발레의 거장이라 불리우는 ‘나초 두아토’가 1999년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서거 250주년을 기리는 작업으로 탄생시킨 작품이다. 바흐의 음악을 기반으로 한 이 작품은 2000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안무상’을 수상하면서 대표적인 모던 발레로 자리매김한다.

그리고 2014년 유니버설발레단은 창단 30주년을 기념하며 한국에서 최초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멀티플리시티>의 공연권을 획득해 전막 공연을 선보인다. 문훈숙 단장은 이 작품에 대해서 “바흐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발레 애호가가 아니라도 이 작품에 매료되실 것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이 공연의 강한 확신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말처럼 <멀티플리시티>는 바흐의 음악을 사랑한다면 꼭 한 번 찾아 볼만한 작품이다. 마치 바흐가 남긴 악보 위의 음표들은 무용수의 몸으로 환생한 것처럼 무대 위에 튀어 나온 듯한 느낌을 준다.

몇 가지 인상 깊은 장면들 가운데 가장 최고는 바흐를 연기하는 남자 무용수가 여성 무용수를 첼로로 삼고 연주하는 장면이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G장조 BWV 1007중 서곡을 몸으로 표현한 이 장면은 <멀티플리시티>를 통틀어서 가장 훌륭한 안무로 손꼽힌다.

이와 함께, 이 작품의 군무가 보여주는 현란한 춤사위도 이 작품의 독특한 아우라를 만드는데 일조한다. 이 공연의 첫 장면은 바흐의 칸타타 BWV 205 중 AEOLUS로 시작하는데, 이 곡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합창곡이다. 발레 음악에서 합창곡의 선정은 매우 낯설지만 신선하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그것에 맞춘 무용수의 몸짓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악기 같으면서도, 악보 위에 춤추는 음표 같으면서도, 기교가 넘치는 성악가의 목소리 같은 것이 관객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다.

확실히 나초 두아토의 <멀티플리시티>는 매 장면마다 기발한 상상력과 바흐 음악의 독특한 해석을 재치있게 보여준다. 그래서 이 공연은 ‘모던 발레는 난해하다’는 편견을 깨는 것은 물론이며, 2시간 동안 바흐의 삶을 춤과 음악으로 응축해서 감동적으로 전달하고 있어 이 작품이 최고의 모던 발레로 인정받는 이유를 증명해 준다.

천재안무가 ‘나초 두아토’의 몸으로 연주하는 바흐 예찬 <멀티플리시티>는4월 25일~27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며, 자세한 내용은 유니버설발레단 홈페이지(www.universalballet.com) 참조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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