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삼대(三代)가 함께 보는 추억의 악극 ‘봄날은 간다’
2014.05.08 13:09:00
(서울=더데일리뉴스) 쟁쟁한 대형 뮤지컬 속에서 눈에 띄는 작품이 하나가 있다. ‘최주봉’, ‘윤문식’, ‘김자옥’ 주연의 악극 <봄날은 간다>가 바로 그것이다. 이 공연은 주간 인기순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에 <봄날은 간다>만큼 전세대가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은 찾기가 쉽지 않다.
악극 <봄날은 간다>는 실버세대에게 안성맞춤인 공연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옛 가요(만리포 사랑, 꿈이여 다시 한번, 갑돌이와 갑순이, 청실홍실, 여자의 일생, 서울의 찬가, 봄날은 간다)는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주옥같은 노래들로, 지나간 옛 추억의 기억을 되살리게 해준다.
그러나 이 작품은 실버세대만 공감하는 작품이 아니다. 등장인물들이 겪어야 했던 모진풍파와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가족의 애(愛) 그리고 정(情)은 부모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자식들의 눈시울도 붉게 만든다. 이처럼 여러 세대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이 작품의 이야기가 탄탄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봄날은 간다>는 한(恨) 많은 여인 ‘명자’의 삶을 그린다. 그녀에게는 결혼 이튿날 집을 나가버린 무심한 남편과 치매 걸린 시아버지, 고약한 시어머니, 폐병을 앓는 시누이가 있다. 원망스럽게도 그녀는 도망간 남편의 아이를 출산하게 된다. 그녀는 이란성 쌍둥이를 낳지만 시어머니는 손자의 앞길을 막는다며 손녀를 내버린다. 자식과 생이별을 한 ‘명자’는 울부짖지만, 그래도 삶을 살아지고 하나뿐인 아들을 애지중지 키운다. 그녀는 남편이 다시 돌아올 거란 믿음 하나로 악착같이 가족을 보살피며 살아가는데, 유일한 희망이었던 그녀의 아들은 월남전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그녀 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우연히 그녀는 남편과 재회하지만, 남편은 그녀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고, “다 부숴진 모습으로 안쓰럽게 돌아온” 남편의 모습에 그녀의 마음은 더욱 찢어질 듯 아프다.
이 공연은 쉬는 시간 없이 총 2시간 진행되는데, 1시간은 집 떠난 남편 ‘동탁’의 삶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그가 왜 집을 떠났는지, 성공해서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겠다는 그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가 중심 이야기다. 그는 시골 이발사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배우가 되기 위해 상경한다. 우연한 기회에 배우로 데뷔하게 되지만 성공도 잠시 갑작스런 전쟁으로 꿈은 산산조각이 난다. 그리고 가족을 다시 찾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전쟁으로 집은 모두 타버렸고 있어야 할 식구들은 피난을 간지 오래였다. 그리고 공연의 나머지 1시간은 ‘명자’의 삶이 중심이 되고, 이 때 아들의 죽음과 빼앗겼던 딸과의 재회, 그리고 그토록 기다렸던 남편과의 재회가 이루어진다.
지독히도 모진 삶을 사는 ‘명자’를 보면서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훔쳤다. 특히 관객들은 ‘명자’가 자기보다 먼저 떠난 아들을 화장하고, 아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장면에서 미어지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한 여승(女僧)이 ‘명자’와 20년 전 생이별을 했던 딸이었음을 암시하는 장면에서 객석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관객들이 극에 몰입하고, 등장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가 큰 몫을 했다. ‘김자옥’의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한 서린 연기, 철없던 남편이었고 전쟁통에 떠돌이 이발사가 되어버린 ‘동탁’역의 ‘최주봉’은 이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그리고 감초처럼 극에 재미를 더하는 ‘윤문식’의 연기 또한 관객들이 악극에 기대하는 유머도 잃지 않는다.
사실 이 작품은 10년 만에 다시 돌아온 명작이다. 2003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그리고 10년 후 30여명의 뮤지컬 배우들과 10인조 오케스트라로 다시 돌아온 <봄날은 간다>는 옛 명성을 잃지 않고 이어나가고 있다.
삼대(三代)가 함께 볼 수 있는 이 공연은 쏟아지는 뮤지컬 작품들 속에서 이 작품만의 고유한 매력을 풍기며 사랑받고 있다. 화려한 앙상블의 춤과 과거로 돌아간 듯한 아름다운 무대 연출도 이 작품의 또 다른 볼거리다. 본 공연은 5월 25일까지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공연되며, 만 7세이상부터 관람이 가능하다. 공연문의는 1588-5212(오픈리뷰)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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