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미안하다” 엄마 아빠 눈물의 참회기도 눈시울
2008.07.15 00:12:00
세상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생명들. 지난달 1일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구담사(지율 주지스님, www.gudamsa.org)에서는 태어나지 못한 아기영가에 대한 참회기도 입재식이 열렸다. 법당이 부족해 바깥에까지 운집한 불자들은 ‘엄마 아빠, 참회의 글’을 조용히 낭독하고 있었다.
소란스러웠던 경내는 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지고 참회의 글을 읽는 애절한 소리만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이처럼 많은 새로운 생명들이 단순한 실수로, 또는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이승에서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삶을 마감해야 한다. 그러나 죽은 생명도 소중한 것.
“아가야 미안하다. 이 세상의 밝은 빛을 보지 못하게 한 나를 용서해 줄 수 있겠니? 얼마나 서운했을까. 미안하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몇몇 ‘엄마불자’들의 목소리가 잦아졌다. 결국 끝까지 읽지 못하고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남에게 들킬까 소리를 죽여 가며 울던 엄마불자들 중 한 명은 끝내 설움을 이기지 못한 듯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처럼 낙태는 비단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청소년들의 성의 개방화로 낙태가 많아졌고 이는 곧 생명경시풍조로 인한 낙태와 유산은 이제 세대를 막론하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낙태는 한 생명이 죽이는 것이고, 부모가 살생하는 하는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기를 아기의 영혼은 '인과 업보‘로 다시 몸을 받지 못하면 구천을 떠돌며 자신을 낙태한 부모에게 원결을 맺어 그 원결에 의해서 자식의 길을 방해한다고 한다. 따라서 낙태한 아기의 영혼은 부모가 ’아가야 미안하다‘ 하고 참회기도로 영혼을 달래주는 공양(천도재)이 필요한 것.
포천 구담사가 태아영가 천도재를 시작한 것은 1993년부터다. 한 불자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접한 후, 그 영가를 위한 천도를 빌어준 것이 시초가 됐다. 주지 지율스님은 의외로 낙태나 유산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고통 받는 불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구담사를 태아영가를 위한 참회기도 도량으로 조성했다.
그 후로 15년 세월이 흘렀다. 매년 3회 (양력 3월과 6월, 9월)첫째 일요일에 열리는 49일 참회기도에는 수많은 엄마불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한 번 입재할 때마다 500여 명이 찾고 있다. 평생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는 부모의 악업과 아픔을 풀어주고 있었다.
법당 왼편에는 애자모 지장보살전이 있다. ‘자식을 잡아먹던 귀신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는 깨달음을 얻어 자식을 소중히 여기는 보살이 됐다’는 애자모 지장보살. 이 전각에서도 한 엄마불자가 하염없이 절을 올리고 있었다. 전각 양편으로 늘어서있는 태아영가를 상징하는 아기 돌부처 앞에는 엄마 아빠들이 올린 과자며 빵 등의 공양물이 놓여 있었다. 이렇듯 사찰 전체에는 못다 핀 태아영가들을 추모하는 분위기로 가득 찼다.
입재는 태아영가를 위해 부모가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태아영가들에게 어울리는 과자와 분유, 빵 등 먹을거리와 배냇저고리 등 입을 거리가 제물을 대신하고 있었다. 부모들이 올리는 잔속에는 우유가 담겨져 있었다.
구담사는 태아 영가에 대한 천도 이외에 부모의 악업도 씻어준다. 부모들이 태아 영가에게 주기 위해 들고 오는 먹을거리나 옷가지를 고스란히 필요한 곳에 나눠주고 있다. 세상에 태어났지만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물품을 나눠 줘 부모에게 선업을 쌓게 하는 것이다.
이 물품들은 종교를 가리지 않고 나눠진다. 불교계 복지시설이나 어린이 생활시설뿐 아니라 이웃종교가 운영하는 시설에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문만 들리면 찾아가 전해준다. 자신들이 내놓은 물품들이 필요한 곳에 베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불자들은 더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렇듯 구담사는 참회도량이자 나눔의 공동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편 지율 주지스님은 “태아의 참회기도는 부모의 업장소멸과 함께 부모의 악연 속에 자식에게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는 악연의 인연 속에서 뒤늦게나마 태아 생명의 존귀성을 느끼고 지워버린 태아의 엄마, 아빠 참회기도를 말하는 것이다”라며 “태아영가는 다음 생의 좋은 인연을 맺어주는 것과 함께 한 생명을 살리고 그 생명으로 인하여 가정에 행복이 오는 것이 천도재의 참뜻”이라고 전했다.
[더데일리뉴스 / 최남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