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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창작 뮤지컬 ‘꽃신’ 뮤지컬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노래하다

2014.08.08 12:08:00

슬픈 역사를 예술로 승화시켜 세상에 진실을 알리는 창작 뮤지컬 ‘꽃신’

(서울=더데일리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삶을 다룬 창작뮤지컬 <꽃신>이 서울의 마포아트센터에서 한창 공연 중이다. 비극적인 근대사가 빚어낸 꽃다운 소녀들의 애환을 다룬 이 뮤지컬은 ‘2014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어워즈’에서 ‘창작 뮤지컬상’을 수상한 웰메이드 작품이기도 하다.

‘위안부’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예비 관객들로 하여금 크게 두 가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첫 째, 이 작품은 전쟁 당시 위안부의 삶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 둘 째, 끝나지 않은 이 역사를 제한된 시간 안에 어떻게 매듭 지을 것인가? 이러한 궁금증을 안고 보기 시작한 <꽃신>은 슬픈 역사의 한 장면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었다.

“나물 캐던 꽃다운 소녀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한 작은 마을 뒷동산에 소녀들이 옹기 종기 모여 나물을 캔다. 소녀들은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꽃놀이에 정신이 없다. 그 소녀들 가운데 한 아이는 ‘군수 공장’에 가서 돈을 많이 벌어 올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있다. 한편, 주인공 ‘순옥’은 홀아비를 모시면서 어렵게 살아가지만 여동생과 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이 행복한 수줍음 많은 소녀다. 그리고 사랑하는 ‘윤재’의 청혼은 그녀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되게 한다.

‘순옥’과 ‘윤재’의 결혼식 날, 마을은 큰 잔치로 들썩인다. 새신랑 새신부 맞절이 있고, ‘순옥’의 아버지는 미리 준비한 ‘꽃신’을 사위 ‘윤재’에게 전한다. 그리고 ‘윤재’는 고운 색깔의 꽃신을 ‘순옥’에게 신겨주려 하는데, 그 순간 일본군이 찾아와 ‘윤재’를 체포한다. ‘윤재’는 지금까지 가면을 쓰고 독립운동을 주도한 청년이었다. 일본군은 그 가면을 쓴 남자를 찾느라 애를 먹었고, 수소문 끝에 그가 ‘윤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일본군은 ‘윤재’만 데려간 것이 아니었다. 마을에 숨어 있던 모든 여자들을 끌고가 일본군의 위안부가 될 것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한 여자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앗아갔다. 눈 앞에서 친구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소녀들은 겁에 질린 채로 옷을 갈아입었다. 짙은 푸른빛의 옷으로 갈아입은 소녀들은 점점 몸과 마음이 쇠약해졌고, 이 끔찍한 순간이 끝나기만을 기도했다.

이처럼 1막은 행복하고 단란했던 한 시골 마을이 일본군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잔혹한 일본군의 실상과 끔찍한 위안부로서의 삶을 미학적으로 그려내면서 소녀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뜨거운 용암과 같은 그 곳에서 살아야만 하는 그녀들의 몸부림이 관객들의 마음을 미어지게 만든다.

특히 1막은 간결한 무대 소품을 활용해서 시공간의 변화를 적절히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움직이는 곡선형의 무대장치는 꽃동산의 내리막이 되기도 하고, 어두운 감옥으로 변했다가 위안부 피해자가 고통을 받는 공간으로도 쓰인다. 간결한 무대 장치 하나로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점이 훌륭했다.

그리고 1막이 가지는 매력은 특별출연의 ‘윤복희’(‘하루코’ 역)와 ‘서범석’(‘윤재’ 역)의 노래를 집중적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윤복희’는 일본 여군을 연기하면서 패망 직후 나라가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주었는가에 대한 울분과 위안부에게 느꼈던 연민을 가슴 아프게 노래한다. 그녀의 짧지만 강렬한 연기는 1막의 분위기를 압도하였다.

‘서범석’은 오로지 ‘순옥’만 바라보는 순정파이자 나라를 위해 싸우는 젊은 ‘청년’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서범석’은 다른 뮤지컬 작품에서 아버지 역할을 많이 하고 있는데(최근 작품으로는 뮤지컬 <서편제>가 있음), 이 작품에서만큼은 혈기 왕성한 ‘남자’의 연기를 보여주어 그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해방 이후 그녀들의 삶은 어떻게 되었는가?”

2막에서는 해방 이후, 정신적 트라우마로 고통 받으며 살아가는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의 삶을 그린다. 그녀들은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제대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사람들로부터 멸시를 받으며 살아간다.

1막은 평화에서 재앙으로 ‘급격하게’ 사건 전개가 이루어졌다면, 2막은 긴 세월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엉성하게’ 전개되는 것이 다소 아쉬움 부분으로 남는다. 1막이 행복한 마을과 끔찍한 전쟁으로 내용이 대조를 이루었다면, 2막에서는 침묵하고 살아야 했던 시절(‘침묵의 시절’)과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시점(‘역사의 증인이 되는 날’)으로 나뉘어진다. 특히 역사의 증인이 되기로 마음 먹은 날부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울분을 토하며 숨기려 했던 자신들의 과거를 세상에 알리기 시작한다.

“눈 감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내 입으로 말하고 싶다. 싫다!! 안 된다!! 아니다!!”

주인공 ‘순옥’ 할머니가 생전에 남긴 이 마지막 말은 관객들의 마음을 미어지게 했다. 나라가 힘이 없어 지켜주지 못했던 소녀들의 가슴 시린 이야기가 그녀의 고함 속에 그대로 응축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 메시지는 이 작품이 탄생하고, 존재하는 이유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 가장 어려운 연기를 소화해야 했던 ‘순옥’역의 ‘강효성’, ‘혜순’역의 ‘김선호’, ‘최혁주’, ‘금옥’역의 ‘고미숙’은 위안부 피해 생존자를 연기하였는데, 1막에서는 시골 소녀의 순수함을 표현하고, 2막에서는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 할머니의 연기를 실감나게 표현해 관객들의 눈시울을 자극했다. 그녀들의 구성진 사투리와 흡입력 높은 카리스마적 연기는 이 작품이 왜 ‘웰메이드 작품’인지를 증명해 주었다.

이 작품은 생존 할머니 55명, 평균 나이 87.2세, 역사의 증인이 다 사라지기 전에 이 사실을 세상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었다. 예술이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실천하는 창작뮤지컬 <꽃신>이 앞으로도 많은 관객과 만나며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해주길 기대해 본다. 본 공연은 오는8월 17일까지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진행되며, 성남과 대전에서도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자세한 공연문의는 070-7745-3337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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