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드라큘라’ 시각은 성공 청각은 실패
2014.08.19 16:39:00
(서울=더데일리뉴스) 이번 여름에는 찾아 볼만한 뮤지컬 대작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캣츠>도 예전만큼 관객들의 호응이 높지 못하고, <위키드>는 이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7월 중순부터 시작한 대형 뮤지컬 <드라큘라>의 선전이 돋보이는데, ‘아주 강렬한 이미지’를 원하는 뮤지컬 애호가들에게 이 작품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이 작품은 비싼 티켓 값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신뢰’를 준다. 이 작품의 연출은 ‘지킬앤하이드’를 베스트셀러 뮤지컬로 탄생시킨 ‘데이비드 스완’이 맡았고, 작곡은 한국인이 아끼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참여했다. 거기에 탄탄한 가창력을 자랑하는 배우 ‘류정한’, ‘조정은’, ‘정선아’, ‘카이’ 등의 출연은 관객들로 하여금 이 작품을 믿고 볼 수 있게 한다. 여기에 스타 마케팅으로 ‘김준수’의 출연은 <드라큘라>의 성공 예감을 한층 더 높이는데 작용한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주인공 ‘드라큘라’의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진실된 러브스토리’에 대한 내용이다. 1막 초반의 표독스럽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드라큘라’ 백작은 점차 자신의 저주받은 운명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으로 몸부림치는 연약한 존재로 변모한다. 그리고 1막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왜 ‘드라큘라’ 백작이 흡혈귀가 되었는지, 그가 무엇을 위해 살고 그의 숨겨진 계략은 무엇인지 드러난다.
전적으로 이 작품은 주인공 ‘드라큘라’ 백작과 여주인공 ‘미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드라큘라’는 ‘미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더욱 잔인하게 주변 인물들을 죽이지만, 마지막 순간에 ‘미나’를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리는 존재가 되고, ‘미나’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조나단’)가 있었지만 ‘드라큘라’의 진실된 마음과 시공간을 초월해 느껴지는 사랑 그리고 연민으로 ‘드라큘라’의 여자가 되길 간절히 원하는 존재가 된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지만 결말은 비극으로 끝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드라큘라’와 ‘미나’의 호흡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드라큘라’를 연기하는 남자 배우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더욱 잔혹해져야 하는 ‘드라큘라’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해야 하며, 1막과 2막에서 점차 변화하는 ‘드라큘라’의 정체성을 밀도 있게 표현해야 한다. 한편, 여주인공 ‘미나’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여성에서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주저 없이 향하는 열정적인 존재로 물 흐르듯이 변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역동적인 캐릭터를 묘사함에 있어서 이번 <드라큘라>의 배우들은 캐릭터의 감정을 잘 소화해 내고 있었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개인의 정체성이나 인물들 사이의 관계 변화가 개연성 없이 변화하는 부분도 물론 있었지만, 상당히 많은 뮤지컬 작품들이 개연성을 크게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편, 다른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와 흠잡을데 없는 가창력은 공연 전체에 안정감을 주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 편히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특히 ‘드라큘라’의 시종으로 나온 ‘렌필드’역의 ‘이승원’ 배우는 신들린 연기를 탁월하게 소화하면서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는 <드라큘라>의 첫 번째 장면을 맡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연기했으며, 작품 후반부에서 이야기 전개에 열쇠를 쥔 인물로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배우 ‘카이’의 탄탄한 노래실력은 여전히 훌륭했고, ‘양준모’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작품의 무게 중심이나 다름없었다.
또한 이 작품에서 인상 깊은 부분 중 하나는 ‘회전 무대’를 활용한 점이다. 전체적으로 고풍스러운 느낌의 무대 소품들은 작품의 격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특히 ‘드라큘라’ 백작이 들어가는 ‘관’의 경우 눕혀져 있다가 수직으로 세워지기도 하고, 공중에서 아래로 내려오기도 하는 것이 독특했다.
그런데 ‘뮤지컬’로서 <드라큘라>의 음악은 어떠했는가? 사실 이 작품이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작품이기 때문에 관객으로서 음악에 대한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음악은 생각보다 그렇게 인상 깊지 못했다. 19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나 신과 인간의 싸움에서 비롯된 갈등 전개에서 어울리는 그러한 음악이 ‘여전히’ 쓰이고 있어서 다른 작품에서 ‘들어봄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만약 ‘색다른 음악’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그런 점에서는 실망했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뮤지컬 <드라큘라> 감상평을 요약하자면 “시각적으로 매력적이지만 청각은 자극하지 못한 뮤지컬”이라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류정한’, ‘김준수’의 새로운 매력에 빠져보고픈 관객이라면 한 번쯤 챙겨볼만한 작품이다. 본 공연은 9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계속되며, 자세한 공연문의는 1588-5212
조재희기자 The dailynews232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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