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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극 멜로 드라마 '엔젤'의 복고풍 특수효과

2008.01.26 01:10:00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첫번째 시대극 이 오늘 개봉했다. 평범한 식료품점의 딸로 태어났으나 누구 못지 않게 눈부신 상상력으로 유명작가가 되어 부와 명예, 사랑까지 자기 힘으로 쟁취한 여자, ‘엔젤’. 이기적이고 괴팍하지만, 그 고집과 허영이 우리 모습과도 닮아 미워할 수만은 없는 여주인공의 짧지만 아름다웠던 일대기를 그린 전기영화다.

한 번도 와인을 마셔 본 적 없고, 심지어 자신이 태어나 자라온 동네 밖으로도 나가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화려하기 짝이 없는 로맨스 소설의 작가가 되어 처음으로 런던을 방문한 엔젤을 편집장 테오(샘 닐)는 자신의 마차로 런던을 구경시켜준다. 시사회의 객석에서는 이 장면에서 ‘헉’하는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주인공 뒤의 배경이 옛날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매트촬영 기법으로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매트 촬영은 세트 장에서 주인공들의 배경에 푸른 색이나 흰색의 매트를 세우고 장면을 촬영한 후, 후에 배경이미지나 따로 촬영했던 화면을 합성하는 기법으로, 현대에서 이루어지는 블루스크린 특수효과의 고전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화면 기법이 익숙하지 않은 요즘의 관객들로서는 ‘이 장면은 실수인가?’하고 의심할 수도 있는 장면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1930만 달러라는, 프랑소와 오종 영화 중 최대의 제작비가 사용된 에 그런 실수가 있을 리 없다. “의 원작을 처음 읽은 순간, 같은 1930년대 미국 멜로드라마 같은 영화를 만들기에 완벽한 소설이라 기뻤다”고 말한 프랑소와 오종은 화려한 의상과 대저택의 로케이션 외에도 매트 촬영과 같은 고전적인 특수효과로 그 정취를 더한 것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신이 대단한 귀족쯤이 된 것 같은 공상으로 인생을 살아나가는 주인공 엔젤의 특성상 그녀의 눈에 환상적으로 보이는 것들은 어김없이 매트 촬영으로 표현된다. 이것은 엔젤이 꿈에도 그리던 신혼여행에서 그 극치를 보여주고 있어, 이쯤 되면 관객들도 ‘그녀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이런 그림엽서처럼 아름답기만 한 것이군’하고 깨닫게 된다.

매트촬영 뿐만이 아니다. 엔젤이 스스로 사랑을 고백하고 청혼까지 해치우는 장면에서는 온 세상이 그녀의 사랑을 축복하는 듯, 퍼붓던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펼쳐진다. 순진하기 짝이 없는 공주병 환자의 환상을 극대화 시키는 프랑소와 오종 다운 특수효과다. 이것은 하늘 높이 날아갈 듯 기쁨의 극한을 만끽하고 있는 엔젤의 심리상태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자신이 키스하고 있는 이 한 남자보다, ‘사랑’이라는 환상을 더욱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어쩌면 오종은 몰개성과 천박한 취향으로 공격받지만 참을 수 없는 창작열과 집념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낸 ‘엔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종 감독이야말로 초기 작품들이 ‘악취미적이다’는 이유로 공격받으며 ‘프랑스 영화계의 악동’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마치 엔젤처럼, 열병과도 같은 정열로 매해 새로운 작품들로 관객들을 찾아오는 성실한 예술가이기도 하다.

프랑소와 오종은 자신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엔젤’을 위해 턱없이 대담한 고전적 특수효과를 사용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정성 어린 연출로 인해 ‘엔젤’을 만나는 관객들은 영화가 끝날 때쯤 그녀가 그에게 그랬던 것처럼, 2시간여의 시간 동안 자신을 웃기고, 유혹하는가 하면 결국 깊이 감동시키고 말았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누군가 비난하더라도 해내야만 한다는 예술가적 충동, 관객은 영화 에서 그 충동의 두 주인공 엔젤과 오종의 숨결을 느낀다.

[더데일리뉴스 / 박정훈 기자]

박정훈 기자

idaily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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